학교에서 돌아온 큰 아이가 "엄마,누구누구 있잖아요,걔네들이 우리 학교에 입학했대요"라고 말했다.

아,왜 즐겁게,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하는 애들 있잖아요"

아이는 자못 흥분해서 그 아이들이 요즘 얼마나 뜨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때마침 아이가 고정시킨 채널에서 초등학생같은 앳된 아이들이 핑글핑글 도는 듯한 춤을 추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유명짜한 신세대 그룹들의 연습실이 가까이 있어 밤이고 낮이고,계절을 불문하고 삼삼오오 모인 교복차림의 여학생들을 보아왔는데 이젠 초등학교 여학생들까지 가세하게 될 모양이었다.

"저 애들이 부럽니?"내 물음에 아이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좋잖아요,학교에 가지 않고 학원도 안 다닐 거고"

평생 저처럼 춤을 추며 살 수는 없지 않느냐,저 애들도 훈련에 얼마나 지치고 멍이 들겠느냐고 막 말하려다 나는 가까스로 입을 다물었다.

아이의 대답이 단순 명쾌했다면 내가 할뻔한 말은 단순 무식한 거였다.

사소한 일에도 인생을 끌어오고 훈을 찾는 엄마라면 아이가 좋아할 리가 없는 것이다.

말하지 않더라도 아이는 이미 알고 있거나 곧 알게 되리라.

춤추는 삶이 춤추듯 신나지는 않다는 것을.

며칠 전 집 앞 편의점에서 본 광경이 떠올랐다.

한 떼의 여학생들이 때아닌 달음박질을 치며 미니 밴을 쫓아가고 있었다.

마침 내 앞을 지나는 여자 애 하나에게 내가 물었다.

"얘,지금 그 차에 탄 사람이 누구니?"

숨을 헐떡이며 나를 힐끗 쳐다본 아이가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요"라고 말했다.

"글쎄 그게 누구니?"하자 정색을 한 낯으로 나를 보며 "아줌마,이 동네 안 사세요?"라고 말한 그 아이는 끝내 그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고 가버렸다.

척,하면 알아야 할 사람을 알지 못한 무식한 아줌마에게 그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송구하다는 듯이.

홀린 듯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이와 꺼떡꺼떡 내 앞을 지나치던 그 여자 아이.

학교와 학원에서 찌들고 시달려도 그 애들의 날들은 아직 가볍다.

길지 않을 것이므로 그 가벼움은 더없이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와 나란히 앉아 춤과 노래를 보고 들었다.

"쟤네들,진짜 잘하죠,그쵸"

아이의 목소리에는 제가 연습시킨 듯이나 자랑이 묻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