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력이 곧 자원...중복투자 원천봉쇄 ]

이정현 <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

스위스는 국가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기업과 같다.

22개의 주가 연방국가를 형성하고 있으며 중앙정부가 있으나 각 주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지방과 중앙정부는 이해타산을 따지기보다는 같이 손발을 맞춰 움직인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작은 나라 스위스의 전체 인구는 7백만명.서울의 인구보다도 적다.

그러나 국민 1인기준으로 가장 많은 노벨상을 수상했고 서유럽에서 가장 부자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1백년전만해도 스위스는 유럽 최빈국이었다.

무엇이 스위스를 이렇게 변화시켰을까.

대답은 자연스레 나온다.

스위스가 가진 것은 오로지 인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력을 잘 활용하고 보유 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이 오늘의 스위스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가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안정돼 있는 것도 보탬이 됐다.

스위스는 1%의 정당 비율이 바뀌어도 큰 이슈가 될 만큼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자랑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처럼 정치문제로 인해 국력의 손실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효과적으로 자원을 이용하는 마인드는 교육에서도 엿볼수 있다.

스위스의 양대 명문인 로잔공대(EPFL)와 취리히공대(ETH)는 학문은 공유해도 중복 투자하는 분야는 없다.

경쟁은 하되 낭비는 않는다는 전략이다.

불어권인 서부의 로잔공대는 마이크로시스템.나노테크놀로지와 정보기술(IT)을 주로 연구한다.

독일어권인 동부의 취리히공대는 바이오테크가 주요 연구 테마다.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린 선택이다.

전통적으로 서부는 정밀기계와 전자산업이 융성했고 동부는 바젤 일대를 중심으로 제약.화학이 발달해 왔다.

최근 스위스는 전통적인 학문 위주 교육에서 약간 실용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가면 즉각 투입이 가능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교육 방식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조금 더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게 이들의 근본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curie@sait.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