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있는 것인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1월 정부출자를 단행한 이후 2년이 넘도록 새주인을 찾기는 커녕 최근에는 은행장조차 물색하지 못해 경영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보도다.

홍상뱅크(HSBC)와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 1년 전인 99년2월의 일이고 3조3천2백억원의 2차 정부 출자를 단행한 것도 지난해 9월인데 매각문제는 물론 경영정상화 역시 기약 없는 표류 상태일 뿐이라니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99년 경영실적을 보면 당기순손실이 2조2천5백억원으로 시중은행중 가장 많았고 대우사태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전 수치로 따져도 유일하게 1조8천억원대의 적자를 본 서울은행이다.

금감위와 재경부내에서조차 이런 수치로는 해외매각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헌재 재경장관은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렇다고 해서) 헐값에 팔지는 않겠다"고 말했다지만 현 상태로는 원매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되는 모양이다.

서울은행측은 "독자경영을 통해서라도 회생의 길을 찾겠다"며 예금보험공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지만 올해는 물론 향후 수년동안에도 영업환경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감안하면 자력갱생식 노력이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하겠다.

최근에는 해외 금융시장마저 더욱 숨가쁘게 돌아가는 터여서 서울은행 문제는 물론 청사진조차 없는 국내금융산업의 2차 구조조정 문제도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도이체방크와 드레스드너은행은 이미 1조2천억달러의 세계 최대규모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중이고 그제는 일본의 산와,도카이,아사히은행이 통합해 세계 3위의 은행으로 부상한다는 계획까지 발표돼 전세계 금융권을 긴장시키는 상황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우량 은행끼리의 초경쟁 시대에 접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의 잔해조차 제때 처리하지 못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꼴이다.

재경부는 서울은행은 "선정상화 후매각"방식으로 처리하고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자율적인 합병방안을 찾도록 하겠다지만 부실은행의 경영정상화와 시중은행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둘다 말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정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서울은행 해법부터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은행장을 구하지 못해 주총날짜조차 못잡는 정도라면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