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이혼을 요구하는 별거중인 아내를 생각하면서 진성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별거를 하기 얼마 전부터는 프로그램 사회자와 녹화가 끝난 후 주석에 동행하지를 않나,나이트 클럽에 갔다가 자정이 훨씬 지나서 귀가를 하지 않나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래도 참고 견딘 것은 몇 개월째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은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만은 자신이 노력해도 불가능했다.

김명희 때문이 아니었다.

아내와의 문제 때문이었긴 하지만 사실 지난 3개월 반 동안 김명희를 만나지 않으면서 느낀 것은 정 필요하다면 그녀와 헤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김명희를 향한 그의 정열은 세월의 흐름이 식혀주었고 그녀의 육체에 대한 집념은 사업에의 몰두가 희석시켜준 듯했다.

더구나 7년의 세월은 그들 사이의 관계를 규칙화했고,그것은 불안과 질투심과 과시욕과 소유욕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수반하였던 그들 초기 관계를 지루함으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아내가 프로그램 사회자와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 다른 것은 다 참아도 아내와 육체관계를 갖는 것은 불가능했다.

언젠가 술에 취해 아내의 육체를 찾았으나 아내의 무감정한 멍한 눈빛이 돈을 받고 마지못해 남자를 받아들이는,그나마 훈련되지도 않은 싸구려 창녀를 대하는 것 같아,발기된 남근이 생전 처음으로 아내의 음부 속에서 죽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 후 아내는 더욱더 제멋대로 놀아나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마저 보였다.

결국 한바탕 소란을 피워 또다시 손찌검을 하게 되었고 얼굴이 시퍼렇게 멍든 아내가 다음날 아침 보따리를 싸가지고 집을 나갔다.

일주일 후에 변호사를 통해 그가 접한 소식은 아내가 이혼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레인보우 클럽에 들어서면서 황무석이 그곳에서 "My Way"를 부르기를 좋아하는 여가수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진성호는 궁금했다.

싱글 핸디를 거뜬히 유지하는 것으로 봐 성욕도 보통이 아닌 듯했다.

회사 중역의 안 좋은 사생활도 회사에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나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루기에 쉬운 면도 있었다.

"회장님,여깁니다"

황무석이 피아노 옆 창가 자리에서 손짓을 했다.

진성호가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여가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클럽 안은 비교적 조용했다.

"여가수는 아직 안 나왔군요."

진성호가 미소 속에 말하자 황무석이 겸연쩍은 미소를 띄었다.

곧이어 17년 된 발렌타인 한 병과 생수,얼음 그리고 비프스테이크 안주가 나왔다.

그곳 마담이 와 아양을 떨며 스카치워터를 만들어주었다.

마담을 옆자리에 앉히고 그녀와 허튼 농지거리를 하며 서너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마담이 자리를 뜨자 진성호는 자리를 고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