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대 1만".

최근 미 증시를 특징지우고 있는 주가지수간 차별화(divergence)현상이 지난 주에는 더욱 심화됐다.

주말을 장식한 두가지 숫자가 이를 상징적으로 설명해 준다.

인터넷-정보통신-바이오테크 등 "신경제"주식들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출범 29년만에 대망의 "5K(5,000)" 벽을 돌파하면서 지난 주를 신바람나게 마감했다.

반면 "19세기 구경제 지수"인 다우존스 지수는 또다시 "10K" 밑으로 주저 앉았다.

전자 금융 제약 등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주력 종목들이 맥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 한 주일동안 2.73% 상승한 데 비해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는 각각 4.23%와 0.9% 씩 뒷걸음질쳤다.

이로써 올들어 지난 주말까지 나스닥 지수는 24% 도약한 반면 다우 지수와 S&P 500지수는 13%, 5.1% 씩 떨어졌다.

지난 주의 경우는 몇몇 개별 종목들의 실적 발표 이외에는 증시에 영향을 미칠만한 공통적인 재료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주가지수간 차별화 현상이 가일층 기승을 부렸다는 점에서 월가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한 주일 동안 증시에 대해 심술을 부린 "공통 악재"를 굳이 찾는다면 주초였던 지난 6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의 금융 긴축기조 유지 발언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린스펀의 한마디는 증시 저변에 흐르고 있던 이상 기류와 접목되면서 또 한번의 가공할 파괴력을 발휘했다.

그의 발언은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는 연방공개시장 위원회(FOMC)에서 금리의 추가 인상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명시적인 "예보"로 받아들여졌다.

그결과 금리에 민감한 구경제 주식들은 더 한층 구석으로 몰렸다.

머크, 존슨 앤드 존슨 등 제약주와 J P 모건, 씨티그룹, 체이스맨해튼 등의 은행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다우지수 구성 대형 우량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었다.

금리의 추가 인상은 이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영업 기반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불안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금리에 대한 불안감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구경제 주식에서 가속적으로 이탈, 인터넷 및 정보통신 등 신경제 분야의 검증된 성장주들에 더한층 매달리게 끔 몰아갔다.

이들 주식이 작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금융긴축 기조에도 아랑곳없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린스펀의 금리 처방이 이미 가사상태에 빠진 대부분의 주식들을 더욱 바닥모를 나락속으로 밀어넣고, 반대로 거품시비를 일으켜 가며 천정부지의 상승 행진을 하고 있는 극소수의 신경제 주식들은 더욱 치솟게 하고 있는 셈이다.

"주가구조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라는 엉뚱한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예컨대 S&P 500대 종목 가운데 기술 및 정보통신 등과 관련된 66개의 신경제 주식을 제외한 4백34개 종목의 주가가 피크때에 비해 20% 이상 하락해있는 상태다.

요즘 미 증시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구경제 종목은 금리향배에 따라 이리저리 춤추고 있고, 신경제 주식들은 아슬아슬할 정도로 거품을 한껏 키우고 있어 이래도 불안하고 저래도 불안한 장세(장세)"(다이와 증권 네드 콜린스 거래실장)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런 증시의 가변성을 가라앉혀줄 만한 "백기사"를 아직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월가 관계자들은 이번 주에 줄줄이 발표될 예정인 경기관련 지표들의 뚜껑이 열리고 나면 다우지수가 더 한층 내려앉는 등 증시의 휘발성이 심화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4일에 2월중 소매 판매고가 발표되는 것을 시작으로 15일에는 1월중 기업 재고와 2월중 수출입물가지수, 작년 4.4분기 경상수지 현황이 각각 공개될 예정이다.

이어 15일과 16일에는 경기 지표의 하이라이트인 2월중 생산자 물가지수와 소비자 물가지수가 연이어 발표될 것으로 예고돼 있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