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멀티캡은 현대전자에서 독립한 PC회사다.

지난 98년4월 외환위기의 한파로 PC사업이 극심한 어려움에 빠지자 현대는
구조조정차원에서 PC사업부를 분사시켰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15억원.

PC사업을 담당해온 정보기기사업본부 임직원의 절반가량인 90명이 분사기업
에 참여했다.

설립 초기만 해도 사업환경은 열악했다.

시장수요는 갈수록 위축돼 경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현대전자 멀티미디어 부문 경영기획실장으로 근무하다 현대멀티캡의 경영을
맡은 최병진 사장은 "사업을 낙관하기 어려웠지만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하면 우량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사장은 먼저 모든 임직원이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백지에서 경영시스템
을 재구축했다.

조직과 인력을 슬림화했다.

대기업에서 서 너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체제를
도입했다.

유통망도 재정비했다.

고객과 유통업체의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광고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싸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이미지로 제품의 특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빠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라는 중소기업의 강점만 적절히 활용하면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사내에 점차 확산됐다.

영업 실적도 점차 상승커브를 그리기 시작했다.

분사된 후 임직원들이 흘린 땀은 경영성과로 그대로 나타났다.

분사 첫해인 98년 3백10억원의 매출에 21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다.

만성 적자를 기록했던 사업부가 분사 직후 흑자로 바뀌게 된 것이다.

작년에는 1천4백50억원의 매출과 53억원의 세전이익을 거뒀다.

올해도 3천억원의 매출을 계획하는 등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모기업에서 분사했지만 이제는 현대전자에서 메모리와 모니터를 구매하는 큰
고객이 됐다.

최 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장점만을 취한 사업모델 구축"을 성공비결
로 꼽는다.

대기업의 우수 제품과 고급 인력이라는 분사이전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중소기업의 저 비용구조를 도입해 싼값으로 제품을 판매한 게 주효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대기업에서 떨어져 나와 PC전문업체로 변신한 덕분에 스피드 경영도 가능
했다.

스피드 경영은 PC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제품사이클이 짧고 가격다툼이 극심한 업종의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이
시장을 공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현대멀티캡은 지난해 4.4분기 국내 PC공급물량 면에서 LG-IBM과 대우통신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종원업 지주제를 도입, 모든 임직원에 주인의식을 심어준 점도 알토란같은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현대멀티캡은 설립 당시 종업원들이 퇴직금의 일부를 출자해 종업원의 전체
지분율이 43%에 달했다.

회사의 경영실적에 따라 자신의 자산가치가 좌우된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한 마음으로 회사를 위해 일하게 됐다.

회사측은 종업원들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팀별 인센티브제와 스톡옵션제도
를 도입했다.

지난해 중반부터는 외부환경도 호전됐다.

경기가 살아나며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면서 시장에서 PC전문업체로서
성장가능성을 인정받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등록,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대멀티캡은 분사이후 이룩한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수익성이 높은
사업분야로 아이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PC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인터넷 쇼핑몰 인트라넷 서비스 및
네크워크 관련 사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PC서버 사업과 인터넷 PC사업에 진출해 성공
가능성을 어느정도 확인한 만큼 회사의 가용 자원을 활용할 수 신사업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인력 및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또 분사 이후 쌓은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지에 있는 잠재고객의 기호를 반영한 다양한 모델을
시판, 마케팅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사를 단행했지만 세계 초일류 컴퓨터 메이커로
성장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비전이다.

<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