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더니 요즘은 비즈니스 모델(BM)이 신종 노다지로 각광받고 있다.
어떤 물리적 변환 기술이나 로직회로 저작물 상표 디자인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사실상 간단한 아이디어에 대해서까지 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경향이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인터넷업체들은 이미 한국 특허청에 지난해 36건의 BM특허를
신청했다.
인정된다면 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경 3월2일자 41면 참조.
세계 반도체 업계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인 사이프러스 세미컨덕터의 창립자
로저스 사장은 "(미국 국민이 필요로 하는)모든 식량은 2%의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 모든 물건은 5%의 사람들로 충분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서비스와
정보기술 분야에 종사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뇌력
이다"고 말했다.
중앙고용정보관리소도 "농경사회 직업이 사농공상, 산업사회 직업이 관리직,
생산직, 서비스직으로 분류됐다면, 현대 정보사회 직업은 단순노무직,
대인서비스직, 문화예술직, 연구분석직으로 갈린다"고 지적했었다.
앞으로 지식으로 돈 벌지 못하는 사람은 중산층 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예전 같으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도 힘든 것은 것을 특허로 인정받아 이로써
돈벌이를 하려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넘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현재와 같은 조직에서 지식으로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들면 이렇게까지 하는지 짐작하게된다.
그동안 지식인들의 안식처였던 연구소, 학교, 컨설팅사, 법무법인, 회계법인
병원, 출판사, 언론사 등의 담벼락이 지금 일제히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에 앞서 지식인이면서도 중산층 대열에서 밀려난 작가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식인들의 자기방어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돼 갈 것인가.
이에 네 가지를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 캡슐판매다.
종래 회계법인이 기업들에게 자문료를 받고 절세 방안을 일러줬다면 지금은
투자은행들이 아예 절세용 채권을 판다.
종래 첩약을 주던 한의사들은 이제 다려진 한약을 진공팩에 넣어 판다.
종래 수익분배 계약을 맺고 기술을 통째로 팔던 회사들이 지금은 핵심부품
이며 소형 칩만 판다.
지식을 단단한 캡슐에 녹여 넣는 방법이다.
둘째로 메모리 또는 DB(데이터 베이스)판매다.
종래 그날 그날의 소식만 게재하던 신문사들이 지금은 각 기사를 DB화한다.
새로운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와 관련된 기사를 언제 날짜 신문에서 찾을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는 고객들이 DB를 검색해 보고 싶도록 만든다.
일반 독자에게는 아직 대부분 무료서비스를 하지만 언젠가 일정한 회비나
이용료를 받게될 것이다.
셋째로 분절판매다.
종래 각급 대학교는 4년치 교육을 한꺼번에 팔았다.
물론 등록금은 매 학기 받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4년과정을 전제로하는
패키지 판매였다.
그러나 벌써 이를 나누어 파는 경우도 있다.
매 학과목, 매 강좌노트, 매 특별세미나를 판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책을 통째로 팔지 않고 챕터별로 판다.
언론사도 그렇다.
특정 칼럼, 특정 기사를 나눠 판다.
같은 기사라도 짧은 뉴스와 심층 뉴스를 나누어 판다.
컨설팅사도 마찬가지다.
특정 기업 자문보고서 중에서 산업 전반에 관한 내용은 따로 떼어 일반인
에게도 판다.
넷째로 투자정보중심 판매다.
지금껏 지식인의 덕목은 개별 기업, 개별 상품에 대해 초연한 것이었다.
같은 경제전문가라도 거시경제 전문가는 격조 높게, 특정기업 전문가는
그보다 못하게 비춰졌다.
하지만 오늘날 팔리는 정보는 증권투자활동에 직결된 특정 정보다.
미국의 후버 온라인은 바로 이런 투자정보 중심 판매기법으로 경제신문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고 새로이 또 고안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BM특허로 돈벌기는 아직 선진국사람들의 독무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