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덕 < 한국노농문제연구소장 >

근대에 들어 지속된 경제성장 덕분에 엥겔계수는 이제 "의미가 없다"고
할 만큼 크게 낮아졌다.

그렇더라도 인간이 살아 가자면 먹거리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

먹거리라면 크게 보아 곡물 채소 육류다.

그런데 하나같이 생산 주권을 잃어가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쌀 시장은 오는 2004년, 쇠고기 시장은 오는 2001년 외국에 완전 개방해야
한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값싼 무 배추 등 소금에 절인 김장감이 중국에서 들어
왔다.

작년 한.일 어업협정이후 우리 수산물 시장은 수입품이 범람하고 있다.

고기잡을 어장이 크게 줄어들어 많은 어민들이 "어선 감척보상비"받아
가기가 한창이다.

농수산물을 주관하는 정부당국은 방어책을 세우기보다 쌀 직불제실시,
농어가 부채감면 등 농어민 달래기에 급급하다.

"비방"이라야 획기적인 유통 혁신방안만 처방하고 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어 온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쌀문제, 축산농가문제에 이어 작년부터 채소까지 수입해야 했던
현상들이 "유통"문제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는가.

사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은 생산성 문제와 채산성.가격의 국제경쟁력
상실에 있다.

현 정부출범이후 그런 곳에 획기적인 노력과 예산을 집중했다는 말은 드문채
유통혁신에만 치중하는 감이 든다.

앞으로 2004년까지도 제2차 구조개선자금으로 45조원을 더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98년까지 제1차로 집행한 총 57조원(농특세 15조원 포함)의
천문학적 농어촌구조개선자금도 그 실효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먹거리주권"마저 흔들리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그러므로 앞으로 농수산 정책의 초점은 더 늦기 전에 "먹거리 주권회복"이나
"방어"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쌀값의 국제경쟁력은 대규모화 경작과 생산성(생명공학적)에서 찾아야 할
문제다.

또 축산주권은 사료곡물의 전적인 외국 예속에서 벗어날 때 가능한 일이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로 빚어졌던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를 우리는
2년만에 기적적으로 벗어나 다시 연간 10% 이상의 고도성장시대로 도약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비옥한 농토도 새 흙을 객토해야만 튼실한 소출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아무리 비옥한 땅이라도 미량의 필수 아미노산.비타민이 결핍되면
결실이 잘 안되는 법이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우선 먹거리 주권이 회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걱정이 제발 나 혼자만의 기우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정책이 "난마"와 같이 엉켰을 때는 정책자세를 강성보다는 유연성을 가질 때
보다 쉽게 풀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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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