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3년차를 맞은 우리 경제가 IMF구제금융 4년만에 다시 외환위기에
직면했던 멕시코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은 결코
기우라고 하기만도 어렵다.

1월에 이어 2월에도 큰 폭의 무역적자가 확실하다는 얘기이고 보면 걱정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아직은 물가도 그런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경제가 그렇게 나쁜 상황이
아니잖느냐는 반론도 물론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에 비해 국제수지나 물가가 모두 불안요인이 증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 추세화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국면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1백만명을 웃도는 실업자가 있고 또 그 숫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도 IMF를 아득한 옛날 일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국제수지 악화가 수출보다 배나 높은 수입증가율에 따른 것이고, 그 원인이
내수용 소비재수입 때문이라는 점은 바로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말해준다.

IMF 이후 계속 흑자를 유지해온 무역수지가 올들어 적자로 돌아선 것도
맥락이 이어지는 현상이다.

올들어 국제경제여건이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건 거품에 편승한 과소비는 특히 문제다.

IMF가 분수를 웃도는 제몫찾기 경쟁등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직시한다면 지금 나타나고 있는 몇몇 현상들도 생각해봐야할 대목이 적지
않다.

코스닥의 대활황이 반드시 우려해야할 일은 아니고, 여러군데서 나오고
있는 성과급 스톡옵션요구도 기존 보수체계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측면이 없지않지만, 그런 것들이 과소비와 과도한 제몫요구등을 부풀리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 기업 근로자등 경제주체 모두가 IMF를 되새기는 자세가 긴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