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사심과 욕심을 털어버려야 평상심이 생겨 좋은
작품을 빚을수 있습니다"

10년전인 1990년 제주도땅을 밟은뒤 줄곧 마음을 털어온 이왈종(55)씨.

그는 어느쪽에도 치우치지않는 본연의 마음을 유지하기위해 지금도 "중도"
라는 화두에 매달려 마음에 낀 속때를 벗기고 있다.

그의 작업은 모든것이 평등하고 고유의 존재가치를 지닌다는 중도의 세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살다보면 사사로운 일들로 끊임없이 갈등하게 된다.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쾌락과 고통, 분노와 절망, 집착과 무관심등 서로 대립되는 감정에 휘말려
괴로워한다. 중도란 이런 갈등에서 벗어나 평상심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며
나는 그러한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교수직도 버리고 가족과의 일상적인 삶도 유보한채 제주도 남단의 해안마을
에 정착, 창작작업에 몰두해온 이씨가 지난 10년간의 "중도작업"을 결산하는
개인전을 갖는다.

25일부터 3월1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제주생활의
중도, 이왈종"전이 그것.

3백호내외의 대작등 장지그림 40여점과 천을 사용한 콜라주형태의 대형
보자기작품 3점, 새로운 기법과 소재가 돋보이는 도조작품 31점이 내걸린다.

도조작품은 운명한 친구를 애도하기위해 만든 향로와 제기등이 출품된다.

그의 작품세계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있고 외계와 내계가 혼재한다.

자연이나 사물들은 완전히 해체된채 여러가지 형태로 캔버스에 재배치된다.

여기에는 평면안에 모든 사물을 끌어들이는 만다라같은 구성법이 이용되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동백꽃안에 될수 있는한 많은 사물들을 매달아 놓는 방식이다

소재로는 제주의 정취가 느껴지는 돌하루방을 비롯 말 물고기 새 꽃 자동차
텔레비전 전화기들이 등장한다.

"제주생활의 중도"시리즈는 집이나 하루방 또는 고기를 작품의 중심으로
삼고 나머지 소재들은 주변에 배치해 구색을 맞추어 놓는다.

통통배를 타고 고기를 낚는 모습이며 2층집에 춤추는 여인, 그 위층에 전혀
에로틱하지 않은 표정으로 벌거벗고 정사를 나누는 장면도 그의 작품풍경에
주조를 이룬다.

그는 작업일지에 "사랑하는 사람을 찔레꽃으로, 쾌락을 즐기는 사람을
동백꽃으로, 증오하는 사람을 새로, 고통받는 사람을 텔레비전으로 표현하고
희망과 평등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을 물고기로 의인화시키는 동안 마음은
평상심에 가까이 다가가서 중도의 세계를 꿈꾼다"고 적고 있다.

그에게는 작업 그자체가 도를 닦는 수행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02)720-1020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