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모델 지각변동 ]

세계는 바야흐로 디지털 경제시대를 맞고 있다.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초창기 지구에는 판데아라고 하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이 있었다고 한다.

판데아 대륙은 이제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21세기가 시작된 현재 인류는 인터넷에 의해 통합된 하나의 거대한
"사이버 판데아" 대륙의 부활을 목도하고 있다.

인류는 지난 5천년 동안 서서히 농업혁명을 이뤄왔지만 디지털 혁명은 단
30년만에 진행됐다.

디지털 혁명의 근본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이는 디지털 자체의 특성에 기인한다.

디지털은 과거 아날로그와는 달리 정보를 쉽게 처리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복사해도 원래의 정보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는 한번 생산되기만 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가 있다.

과거에는 거대한 회사규모가 곧 경쟁력이었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디지털 경제시대에서는 기업규모가 중요하지 않다.

규모보다는 디지털의 특성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의 유무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더 이상 거래비용이 문제되지 않는다.

디지털 정보는 생산비용은 많이 들지 모르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매우 싼값
에 인터넷과 같은 전세계적 통신망을 통해 효과적인 송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 백과사전 시장에서 강자였던 브리태니카는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출시한 디지털형 백과사전인 엔카르타 때문에 하루아침
에 선두자리를 빼앗겼다.

즉 디지털화된 백과사전 정보가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을 압도한 것이다.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모든 것이 "직접"(direct)이라는 단어로 표방
되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 설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점회사인 아마존은 기존의 서점시장 강자인 "반스 앤
노블"보다 규모는 작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책을 고르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무기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컴퓨터를 판매하는 델(Dell)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Direct to the Top"이라는 델사의 사훈에는 디지털형 경제 패러다임
의 핵심용어중의 하나인 direct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이 갖는 이같은 엄청난 지각변동 가능성에 착안, 세계
각국은 우월한 경쟁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뛰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2년 12월 이른바 "리틀록 서밋"(Little Rock Summit)을
계기로 초고속 정보통신기반구축을 국가의 핵심전략으로 삼았다.

일본은 2000년도 예산에 3백70억엔을 투자, 정보화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또 2003년까지 슈퍼 전자정부를 구현하고 2004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3년까지 이른바 "e유럽"을 만들겠다는 목표아래 관련 10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전자담당 각료인 "e미니스터(e-Minister)"직을 설치하고 적극적인
정보화 정책을 국가차원에서 실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2005년까지 유럽 최고의 디지털 국가가 된다는 비전하에
사회 각분야를 디지털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 역시 인터넷에 의한 산업구조 변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21세기 사이버판데아 대륙에서 통할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디지털 경제시대에서 우리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창의성을 존중하는
문화의 계발이다.

창의성이 없는 기업마인드는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단순히 시장점유율 확대를 추구하는 전략은 디지털 경제시대에서는 오히려
수익성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델사의 회장인 마이클 델이 강조하는 경영방침에도 잘 나타나 있다.

"혁신적인 생각을 가르치라(teach innovative thinking) 그리고 참신한
시도를 격려하라(encourage smart experimentation)"

이건창 < 성균관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