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벤처 투자붐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벤처기업들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지난해 4백80억달러로 전년대비 1백50%나
급증했다.

올들어서는 돈이 너무 많이 몰려 통계조차 잡기 어려울 정도다.

벤처기업들이 증시에 상장된후 투자하는 것은 뒷북치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기업공개전에 투자해야 제대로 챙길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럴만도 하다.

요즘 보통 주식투자로 얻어지는 연간 수익률은 높아봤자 두자리수다.

반면 괜찮은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간단히 세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다.

월가에서 신예펀드로 주목받고 있는 "T로우 프라이스 과학기술펀드"는
대표적인 성공사례.

이 펀드는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서비스업체인 인터넷 캐피털그룹이 기업을
공개하기 직전인 작년 8월 1천만달러를 직접 투자했다.

이후 이 회사 주가는 상장과 동시에 치솟아 T로우 펀드는 투자원금의 30배인
3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런 성공담이 줄을 이으면서 벤처기업 투자계층이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 시스템업체인 오라클의 경우 지난해 1억달러를 벤처캐피털 부문에
투자해 5백4%의 수익률을 올리자 올들어 투자규모를 4배로 늘렸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유수의 기업들도 여유자금을 벤처캐피털에
투자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열풍 덕에 인터넷분야의 상당수 벤처기업들은 넘쳐나는 돈줄을
솎아내야 하는 "신나는 고민"에 빠져있다.

실리콘밸리의 팔로 알토에 있는 벤처기업 액셀 파트너스는 최근 기존
투자자들을 상대로 4억5천만달러를 사모한다는 공고를 냈다.

그후 2주일만에 20억달러어치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이렇게 되자 돈줄을 대는 투자자들 쪽에서 낙점을 받아내기 위해 선심공세를
펴는 주객전도 상황마저 연출되고 있다.

이런 벤처투자 열기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은 "기반을 채 닦지 않은 발아
단계의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그만큼 리스크도 높다"며 적지않은 부작용
과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