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가 요즘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17일 하루에만 4개 업체가 무상증자를 결의했다고 코스닥시장에 공시
했다.

무상증자는 주주들에게 고식을 공짜로 나눠주는 것.

일정한 금액을 내야하는 유상증자와는 완전히 다르다.

배정비율이 1백%라면 갖고 있는 양만큼 주식이 더 늘어나게 된다.

그런 만큼 무상증자는 개별종목별 재료로서는 최고의 호재로 인식된다.

무상증자설만 나돌아도 주가가 뜰 정도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시장이 약할 때는 무상증자의 약효도 떨어진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꼭 호재라고만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물량이 늘어나므로 주식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무상증자 붐을 꼭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무상증자 열기 어느 정도인가 =올들어 무상증자를 실시했거나 예정공시를
낸 종목은 지난 17일 현재 모두 23개 회사.

증자 비율도 웬만하면 1백%다.

50%가 안되면 실망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올해 무상증자를 처음 공시한 회사는 아일인텍과 스페코.

지난 1월5일 각각 0.2주와 0.18주로 배정비율을 정했다.

배정비율이 당시로서는 적었다.

1월6일에는 한아시스템이 배정비율 1백%로 무상증자를 공시했다.

그러나 배정기준일이 오는 2월25일로 너무 멀어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마침 시장도 침체기였다.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본격적으로 불을 댕긴 회사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1월14일 1백%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배정기준일은 2월7일로 비교적 가까웠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그 지명도 때문에 약세장에서도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새롬기술 등 대형주들의 무상증자 발표가 잇달았다.

주가가 급락하던 시점이어서 기업들은 그야말로 앞다퉈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모 업체의 무상증자설"이라는 재료는 날마다 등장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조회공시를 하기에 바빴다.

마침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일이었던 2월7일 직전인 1월말부터 코스닥시장
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가는 1월28일부터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19만4천원이던 주가가 권리락 발생 전날인 2월3일 27만9천원으로 올랐고
권리락으로 반토막이 난 뒤에도 줄곧 올라 6일간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덕분에 2월11일에는 27만3천원까지 뛰었다.

이론적으로 보면 지난 1월27일 주당 19만4천원을 주고 1백 주를 산 사람은
2월11일 현재 3천5백20만원의 순수익을 거둔 셈이다.

<> 무상증자 붐은 왜 일어났나 =기업의 주가관리 필요와 주주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벤처기업의 경우 주가가 회사가치의 바로미터다.

주가가 높다는 것은 기업의 성장성이 어느 정도이냐를 의미한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비즈니스를 하려면 시장의 신뢰를 등에 업는 것이 절대적
이다.

기업들로서는 주가 방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주주들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코스닥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90%가 넘는다.

주주들이 동우회를 결성해 활동할 만큼 적극적이다.

코스닥 투자자들은 지난달 주가가 폭락하자 회사측에 주가 방어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단골 메뉴가 무상증자다.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무상증자 붐이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증시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 해당 종목의 주가는 오를 수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처럼 대박이 될 가능성도 높다.

시장 전체에도 테마를 형성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이다.

우선 물량이 급격히 증가,시장 전체를 무겁게 만들 수 있다.

무상증자를 실시하거나 하겠다는 기업 중엔 다음커뮤니케이션 새롬기술
한아시스템 등 시장주도주가 많이 포함돼 있다.

물량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주식은 무겁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가치에는 변화가 없고 주식시장에 물량만 늘어나는 셈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가 수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재라고만
할 수는 없다.

좋은 약도 과하게 사용하면 독약이 된다고 했다.

무상증자 바람이 명약이 될지, 아니면 증시의 건강을 해치는 독약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