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버그스텐 <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 >

현재 진행중인 세계화 논쟁에 가장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중 하나인 "제3세계 네트워크"의 대표 마틴 코르는 최근 "자유화가 모든
나라에서 자동적으로 혹은 급속히 추진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는 귀담아 들을 만한 지적도 있다.

그러나 수정돼야 할 몇 가지 결정적인 오류도 들어 있다.

부유한 나라들은 개발도상국들에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해야 하며 개도국들은
무역자유화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코르의 주장은 타당하다.

개도국들이 수출 확대폭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으며 세계시장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 경쟁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정확하다.

무역자유화를 통해 어떤 나라들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되고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도 생긴다는 관측 또한 옳다.

그는 그러나 지난 20년간 수십 건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확실한 증거를
무시하고 있다.

그것은 무역자유화와 대외지향성 여부가 경제개발 노력의 성패를 결정하는
근본 요인이라는 사실이다.

경제를 개방한 나라들은 폐쇄적 상태를 유지한 나라들보다 연간 몇 %포인트
씩 더 높은 경제성장을 누려 왔다.

극빈지역인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도국 전체가 그랬고 미주 지역내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중 코르의 조국인 말레이시아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말레이시아는 30년전 무역시스템을 자유화한 뒤 국민소득이 크게 늘었다가
다시 가난해진 경험이 있다.

물론 경제개발에 성공하려면 저축과 투자,국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정치 및 거시경제의 안정도 이룩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개발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나라 밖을 향한 노력도
필수적이다.

현재의 세계화 과정에서 일부 가난한 국가들의 경기가 침체되거나 퇴보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게 된 이유중 하나는 이들 국가가 국내시장을 개방,
세계시장을 이용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시장과 경제시스템을 개방하면 높은 수입장벽에 상응하는 극심한 수출관세를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내에 자유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세계경제의 통합으로 개도권에서는 세계시장의 혜택을 보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로 구분될 것이다.

통합할 지혜를 가진 국가만이 혜택을 누릴 것이기 때문이다.

개도국이 무역적자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무역자유화를 공공연히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사실 가난한 나라들에는 무역적자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이는 그동안 경제개발에 성공한 대부분의 국가가 경험한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나라들에는 무역적자가 다른 나라들로부터 실질적인 자원을 흡수해
생활수준을 향상하도록 해준다.

또 외국자본의 순유입을 유도해 투자를 확대하고 생산수준을 높이게 된다.

무역적자가 너무 커져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위기는 통상 잘못된 재정 금융정책에 기인한다.

그러나 무역적자는 무역자유화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것은 지난 수십 년간 경제개발 정책을 수행하는 각국의 공통된 우려사항
이었다.

반면에 이에 대한 치료법도 보편화돼 있다.

환율이 무역자유화 이후의 무역상황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점이 확실해진
것이다.

각국의 통화가 서로 경쟁하는 것은 아마도 무역자유화에 동반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다자간 무역자유화로부터 부자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보다 더 많은 이득을
본다는 코르의 결론은 개도국 세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둔 중국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주장이다.

사실 무역자유화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소득수준이 낮고 무역장벽이
높은 작은 나라들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국가인 멕시코와 유럽연합(EU)회원국인 포르투갈이
그런 경우다.

분명한 것은 개도국들이 무역자유화의 혜택을 입는다는 것이며 특히
무역자유화를 하지 않은 나라에 비해서는 더욱 그렇다.

개도국들은 국제무역협정에 따른 이득을 최대로 늘리기 위해 열심히
협상해야 한다.

그리고 부자나라들에 그들의 시장을 성실하게 개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다른 나라가 입는 혜택과 관계없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역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

세계화의 혜택이 모든 인류에게 골고루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와 의문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욕조의 물과 함께 아이까지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특히 무역자유화를 통해 대다수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개도국에는 더욱 그렇다.

< 정리=서화동 기자 fireboy@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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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미국의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이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