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무역수지가 외환위기 발생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여행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우리를 걱정하게 한다.

경기회복 속도가 기대이상으로 빠르고 외환보유고도 넉넉한 편이지만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나라 안팎의 사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겨우 한달간의 실적만 가지고 올해 국제수지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느슨해진 허리띠를 다시 단단히 졸라 맬 필요는 있다고 본다.

1월중 여행수지가 27개월만에 4천5백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직접적인 배경은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심리 확산으로 해외여행자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여행
경비 지출도 눈에 띄게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중 외국인 입국자수는 31만2천명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4.8% 줄었고 경비지출도 4억2천8백만달러로 16.6%나 줄었다.

이에 비해 1월중 내국인 출국자수는 43만2천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24%가
늘었고 돈도 35%나 늘어난 4억7천3백만달러를 썼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진짜 이유는 여행수지 적자원인이 구조적이
아니냐는 점에 있다.

Y2K로 인한 해외여행 자제에다 국내호텔의 객실요금 인상과 한국행 비행기
좌석 확보곤란 등이 겹쳐 해외 여행객수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는 국내 여행객수가 지난해 2.4분기 이후 꾸준히 늘어난데다 일시적
으로 움츠러든 과소비심리가 경기회복과 원고현상을 틈타 다시 고개를 든
탓으로 풀이된다.

한예로 지난해 우리 여행객들이 허용범위 이상으로 갖고 들어오다 적발된
양주가 98년보다 5.5배 많은 4만4천6백53병이나 된다는 김포세관측의
설명만 봐도 과소비현상의 부활에 대한 걱정을 단순히 기우라고만 할 수는
없다.

아직도 공식적인 실업자수만 1백만명이 넘고 거액의 외채를 갚아야 하는
처지에 무분별한 과소비 현상은 자제돼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점은 여행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억제가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와서 보고 듣고 사갈 만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 확충도 필요하지만 정작 볼만한 관광상품이 없고
값마저 비싸다면 무슨 수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겠는가.

관광진흥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금융.조세지원을 약속하는 등 관광산업을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를 구체화하는 조치가
아쉽다고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