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라 블럭 주연의 영화 "네트"에서 해커들은 국가 기간전산망 방어막을
무력화시키는 해킹프로그램을 개발,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국가정보를
장악한다.

국방부와 월가는 물론 경찰과 병원의 네트워크에도 침투, 개인의 신원까지
변조한다.

해커의 원조는 1950년대 중반 학교건물에 몰래 들어가 IBM704 시스템을
사용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동아리 테크모델철도클럽 소속 "신호기와
동력분과" 회원들이다.

원래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상업주의와 정보독점에 반대, 회사나
기관의 암호체계를 깨는 사람을 뜻했으나 점차 이같은 취지와 달리 다른
웹사이트에 침투해 전산망을 교란시키는 부정적 해커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나스닥과 완벽한 방어막을 자랑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웹사이트를 유린한데 이어 올1월에는 일본 과학기술청과 총무청 홈페이지에
침입, 정부의 보안체계를 비웃었다.

이번엔 야후 아마존 e베이 바이닷컴 CNN 등 유명기업의 웹사이트를 연쇄공격
해 마비시키는 사태를 빚었다.

국내에서도 대검중수부 산하 컴퓨터범죄수사반의 홈페이지를 해킹했다 한다.

이번 사건으로 인터넷에 기초한 회사들이 더없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틀을 바꾼다는 전자상거래가 사실은 극히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해킹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주는 이른바 해커보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아이러니컬한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이들 해커 체포를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내 엘리트조직인 국가기간산업보호센터(Nipsy)가 발벗고
나섰다 한다.

미국에선 지난 1월 유명 해커들로 구성된 앳스테이크(@ Stake)라는 해커침입
방지 벤처기업도 생겼다.

해킹방지는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카이스트의 이광형 교수는 공공시설 보호및 국가방위를 위해선 컴퓨터보안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며 "5천해커 양성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기업및 중요국가시설의 보안이 시급한 만큼 허황된 얘기로만은 들리지
않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