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셸 캉드쉬 IMF 총재 이임회견 ]

미셸 캉드쉬(66)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오는 16일 퇴임한다.

퇴임에 앞서 그는 워싱턴의 IMF본부에서 8일 고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
유가급등세로 세계경제안정이 위협받고 있다"며 인플레예방을 위한 각국의
금리인상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13년간 총재직을 수행해온 그의 고별회견 내용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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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우려와는 달리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시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을 떠나게 돼 기쁘다.

특히 혹독한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IMF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침체의 긴 터널을 지나 밝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바로
이 순간 의문이 하나 남아있다.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유가가 세계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유가하락을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도 이를
확신할 수 없다.

유가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의 신중함에 적극 지지를 보낸다.

특히 미국과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 호주 홍콩 등이 물가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어려움을 무릅쓰고 금리를 인상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지난 1997년 이후 IMF는 한국 태국 브라질 등 금융위기에 빠진 개발도상국
들을 구하기 위해 1천5백억달러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집행했다.

다행히 이들 국가는 IMF가 제안한 정책에 힘입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곧
IMF체제에서 졸업할 예정이다.

한국의 경우 경제전망이 대단히 낙관적이다.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올해 한국경제는 6.4%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지난해 IMF의
자금지원액이 1백47억달러로 98년의 2백93억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데서 여실히 입증된다.

1997~1998년의 금융위기 당시 IMF의 자금 보유고는 거의 바닥을 드러낼
뻔했지만 다행히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은 너무나 긴박해 또 다른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구촌 경제가
과연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예측할수 없었다.

이제 IMF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세계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IMF의 장점은 정책의 보편성과 융통성이다.

IMF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1백82회원국들을 지원해왔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는 시장의 통합과 국제자본의 이동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과제가 우리앞에 산적해 있다.

세계화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오염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각국은 지속적인 경제안정과 성장을 위해 IMF와 같은 국제기구와 상호 협력
해야 한다.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IMF의 역할과 기능 축소론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IMF는 인류가 처해있는 빈곤문제의 퇴치를 위해 대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IMF는 더욱 활동적이어야 하고 광범위한 경제현안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IMF는 세계 또는 국지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했을 때 대출업무뿐
아니라 각국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활동을 펼 수
있다.

IMF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위기시 IMF는 최후의 보루로서 그 역할과 기능을 잘 수행해
왔다.

지난 13년 동안 IMF총재로서 일하면서 안타까운 순간도 없지 않았다.

경제난에 처한 나라들에 대해 긴축정책을 강요, 실직자를 양산하고 생필품
가격을 올린 "냉정한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바꾸지 못한 점은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가혹한 자금지원 조건으로 인해 일부 사람들로부터는 "IMF는 아기들을
죽이는 기관"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러시아가 시장경제체제에 급속히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선진국들의
환상을 믿었던 것도 분명히 중대한 판단 착오였다.

작년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협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비정부기구(NGO)들의 시위도 실패의 한 원인이다.

오는 4월이면 워싱턴에서 IMF춘계 총회가 열린다.

환경론자들과 노동조합 인권단체들이 다시 워싱턴 거리를 점령하고 국제
기구의 주요 행사를 그르치는 일이 재발돼서는 안될 것이다.

후임 IMF총재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되고 그 역할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수행돼야 한다.

이제 총재직에서 물러나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IMF의 문호는 언제나 개방돼 있다.

학계는 물론 관련 전문가, 사회단체들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여 왔다.

IMF 총재자리에 누가 앉든 이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려 했던 이제까지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정리=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