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농촌은 고향인 스위스와 흡사해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스위스 바젤시 출신의 40대 노처녀가 한국의 농촌과 정지용 시에 매료돼
정 시인의 생가 근처인 충북 옥천군 옥천읍 상계리 실개천변의 허름한
한옥에서 시와 벗하며 4년째 혼자 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나 L 비네티(43.여)씨로 그녀는 "옥천의 산과 하천이
마치 스위스의 바젤시와 비슷해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 86년 삼성전자 독일지점에 입사한 그녀는 한국 근무를 희망해 91년
서울에 온 뒤 95년 10월 삼성 국제경영연구소에서 해외교육업무를 끝으로
사직했다.

그녀가 4년간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옥천군 군서면의 산골마을에 살기로 한
것은 "향수" "호수" 등 주옥같은 서정시를 쓴 정지용 시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옥천읍 석탄리 등 여러곳을 전전하며 살고 있는 그녀는 작년 11월
부터 생계를 위해 청원군 오창면에 있는 산업용 접착테이프 제조업체인
(주)세일하이텍의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98년부터는 옥천문학회 회원으로 가입, "마흔의 생각" 등 여러편의 시를
"옥천문학"을 통해 발표했다.

옥천주민들 사이에선 양예진이란 한국명으로 더 알려져 있다.

특히 그녀는 올해부터 옥천군 해외홍보팀 일원으로 지역의 관광명소와
특산물 등이 수록된 관광책자를 영어로 번역하는 등 나름대로 옥천인임을
자임하고 있다.

비네티씨는 "한국의 농촌을 주제로 시를 쓰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불우한 한국 어린이들을 보살피는 보육사업을 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