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벤처기업계에서 이지디지탈(대표 이영남)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굴지의 기업을 파트너로 포섭하는 능력, 첨단 업종으로 발빠르게 변신하는
모습 등이 이채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성 경영인인 이영남 사장의 폭넓은 활약상도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평소 홍보에 무관심하던 이 회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코스닥 등록을 앞둔 회사로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우선 서현전자란 옛 상호를 접고 이지디지탈이란 새 이름을 내걸었다.

이날 행사는 미국 ADC텔레커뮤니케이션즈사와의 전략적 제휴 체결.

ADC사의 통신 네트워크장비인 라우터 및 SDU(서비스 전송장치)에 대한
기술이전 및 공동마케팅이 주요 내용이었다.

계측기 회사가 요즘 한창 뜨는 인터넷 관련 장비업체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매출 1백40억원(99년)의 한국 벤처기업이 외형 2조2천억원의 ADC사와 당당히
손잡고 첨단 기술 및 마케팅 기법을 전수받기로 한 것.

기자회견에서는 또 예전에 보지 못했던 고급 인력들이 여러 명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LG정밀이 오실로스코프 등 범용 계측기 사업을 이지디지탈에
넘기면서 옮겨온 사람들이었다.

LG정밀로부터 연구개발진 7명을 포함, 22명을 떠안으면서 이지디지탈의
인적자원은 막강해졌다.

이지디지탈은 관련 생산설비는 물론 산업재산권 기술자료 거래처 등 무형의
자산도 일괄 양도받았다.

이 회사의 해외 거래처도 만만찮다.

계측기 부문에서 미국의 시어스로벅 및 라디오 샤크사, 독일 콘래드
일렉트로닉스, 영국 로빈 일렉트로닉스, 프랑스 쇼방 아르누사 등과
거래하고 있다.

히타치덴시 교리쓰 산와 안리쓰 마더툴 등 다수의 일본 기업들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전자제어기기 부문에선 미국 캐리어사 등을 공급 파트너로 삼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이영남 사장 개인의 활약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ADC사의 경우 당초 한국내 파트너로 대기업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ADC 관계자가 이 사장의 신뢰성 당당함 알뜰함을 보고 반해
급전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장 스스로 ADC사의 미국 포틀랜드공장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보였음은 물론이다.

이 사장은 해외 활동이 왕성한 경영인이다.

부군인 장형서 사장에게 집안살림(관리)을 맡기고 국내외 영업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챙긴다.

해외 거래처도 대부분 이 사장이 발로 뛰며 확보한 것이다.

이 사장은 최근 전자계측기 수출을 늘리기 위해 미국 LA 지역의 한 기업을
인수해 모로웨이브란 법인으로 바꾸었다.

세계 최대 하이테크 시장에서 시장을 넓혀가는 파워우먼의 맹활약상이
기대된다.

(02)587-9977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