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끼있는 사람들이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좋은 광고는 인내할줄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땀의 결정체입니다"

최인아(38) 제일기획 이사는 "광고주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좋은 광고는
항상 노력하는 성실한 광고인에게서 나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최 이사는 창업 27주년을 맞은 제일기획의
첫 여성 임원의 된 영예를 안았다.

그는 광고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여성 카피라이터로 현재 CD
(Creative Director) 팀장을 맡고 있다.

"광고인은 광고주를 만족시키고 기업이 추구하는 수익창출에 기여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의무입니다"

최 이사는 겉으로 보기에 재미있고 화려해 보이지만 광고일이야말로 피를
말리는 고통스런 작업의 연속이라고 털어놓았다.

이화여대 정외과 80학번인 최 이사는 당초 언론사 입사를 희망했던 기자
지망생이었다.

제일기획에서 전공과 성차별 없이 사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입사했다는 그는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일하다 보니
임원까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창사 이후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된 것을 축하한다는 인사에 대해 그는
"입사동기 남자 사원중에도 능력이 뛰어난 동료가 많은데 여자라서 오히려
혜택을 본 것 같다"며 거듭 겸손해 했다.

최 이사는 SK의 그룹 광고인 "고객이 OK할때 까지 SK", 베스띠벨리의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등의 히트작과 캠페인 광고를 만들어냈다.

91년에는 광고인의 열정을 담은 책 "프로의 남녀는 차별되지 않는다"를
펴내기도 했다.

광고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광고는 자기 생각을 세상에 펼치는 창이기 때문에 평소 인문 사회과학관련
소양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외국계 광고회사가 한국에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국내사들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만 크리에이티브를 작품으로 연결
시키는 노하우와 제작자에게 주어지는 시간및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게
아쉽습니다"

최 이사는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해진 외국 광고사들의 한국 상륙과 관련,
다소의 시장 잠식은 불가피하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
봤다.

"좋은 광고와 훌륭한 광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프로가 되고
싶습니다"

최 이사는 임원이 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으며 좋은 광고를 만드는데
더욱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간이 나면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최 이사는
"프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 커지는 사람"이라면서 "광고인은 쉼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생명이 오래간다"고 힘주어 말했다.

< 최인한 기자 janu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