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주< 국토연구원 토지연구실장 >


최근들어 준농림지역에 음식점.숙박업소 설치를 허용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이 크게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준농림지역"은 국토의 합리적 이용과 관리를 목적으로 지난 93년
국토이용관리법을 고쳐 도입한 5가지 용도지역 가운데 하나로 국토면적의
27.1%가 지정되어 있다.

이 지역에 고층아파트와 음식점, 숙박업소 등이 무질서하게 개발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95년 10월 국토이용관리법시행령을
개정하여 지자체 조례로 음식점과 숙박시설의 설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조례 제정이 부진하여 95년에 4천6백35건이었던 이들 시설의 허가
건수가 96년 5천7백13건, 97년 5천8백35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이 때문에 많은 지자체가 조례로는 이를 억제하기 어렵다면서 국토이용관리
법에서 이를 제한해 주도록 요구했다.

정부는 97년9월 국토이용관리법 시행령을 개정, 이들 시설의 설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현지 실정을 잘 아는 지자체가 환경오염과 경관훼손에 우려가 없다고
인정하는 지역에 한해 조례를 제정, 예외적으로 허용토록 했다.

이 단서가 지금 준농림지역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다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준농림지역은 반드시 보전해야 할 우량농지와 임야를 제외한 농림지로서
보전을 주로 하되,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다.

따라서 지역을 지정할 당시에 어느 정도 개발을 전제로 한 곳이다.

그러나 개별토지의 적성을 과학적으로 분석 평가하지 않고 지정하였기
때문에 준농림지역내 농경지 중에는 우량농지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도시지역처럼 토지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계획제도가 없어 개발여건만 갖추어지면 아무렇게나 개발될 수 있다.

땅값 상승을 겨냥한 주민들과 개발업자 요구 및 지방세 수입을 늘리려는
지자체 이익이 부합되는 경우 개발을 허용하는 조례는 쉽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준농림지역에서 숙박업소 및 음식점 등 지역정서에 맞지 않는 개발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보전해야 할 토지와 개발할 토지를 구분해야 한다.

개별토지의 적성과 이용잠재력의 분석 평가다.

이를 기초로 보전용지는 철저한 보전대책을 마련하고 개발이 가능한 용지는
계획에 의해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우리와 국토여건이 비슷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계획적으로 국토를 관리
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나 이 작업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히 할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단기적 조치가 필요하다.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준농림지역의 입지적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 범위 안에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국토이용관리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농경지와 임야는 일단 개발되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필요한 시설의 입지는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국토는 현재 살고 있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쓰는 것이다.

후손에게 후회되지 않도록 국토를 관리하는 것이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소명이다.

준농림지역은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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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