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민연대가 24일 "공천반대 명단"을 발표한 데 대해 대다수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위한 의미있는 첫걸음"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특히 여야 중진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과 관련,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유권자 선거혁명"
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게 아니냐"며 "어떤 명분으로든
실정법을 위반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시민종합법률사무소의 김선수 변호사는 "총선연대의 발표는 시민운동
발전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국민주권주의 원칙에 따라 낙선
운동을 보장하고 선거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부 이미경(35.서울 성동구 응봉동)씨는 "이번 발표가 구태의연한
정치판을 대청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실제 투표에 많이 참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세영(서울대 경제학부4년)씨는 "낙천 및 낙선운동은 국민들의 당연한
의사표현이고 객관성도 충분히 검증됐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개별 사안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이 전개돼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여야실세와 중진들이 대거 포함돼 일단
이들만 물갈이돼도 정치 양태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면서 "이 명단을
민주노총이 전개하는 낙천.낙선운동의 근거로 삼고 여기에 반노동계 후보들을
추가시키겠다"고 말했다.

총선시민연대 홈페이지(www.ngokorea.org)를 찾은 시민 최봉석씨는
"제모습을 갖춘 정당이 없는 우리 사회에서 시민운동단체를 통한 조직적
정치행동이 시작됐다는 것은 "민주적 시민사회의 본격 태동"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려와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법무법인 춘추의 류용현 변호사는 "공천반대자 명단을 발표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운동기간 전에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양승함교수는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공천 부적격자를
선정하는 등 힘을 모으는 것은 정당하게 평가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해관계가 서로 대립하는 시민단체들의 결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부적격 대상자의 수를 조절한 것 자체에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최대열 한국노총 홍보국장은 "경실련 발표이후 시민연대가 신중해졌고
그 결과 고심의 흔적은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면서 "실정법에 저촉된
다른 후보들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고 시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계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도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정성현(44.서울 강남구 청담동)씨는 "정치권에 대한
시민의 견제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시민단체가 제시한
기준에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다"며 "시민단체가 선거를 빌미삼아 정치활동을
하며 정치 집단화하는 것 같아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 남궁덕 기자 nkdu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