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과 한국경제신문 공동주최로 지난 21일 열린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이 대기업 인사관행을 비판한 데 대해 논란이 많다.

비록 이 장관의 발언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한 기업경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예시일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경제정책 책임자로서 대기업인사 관행을 거론한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

우선 정부가 아직도 관치경제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얼마전 이 장관의 전경련 해체 발언이 재계에 파문을 던진바 있다.

비록 진의가 잘못 보도됐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그같은 발언에 뒤이어 나온
것이어서 더욱 그런 우려를 갖게 만든다.

시장경제의 논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부가 민간단체나 기업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인사문제를 포함해 기업의 의사결정이 잘못되면 경영성과가 나빠질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시장이 심판하도록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정도다.

물론 이 장관의 지적대로 기업 이사진이 사주 측근위주로 선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측근이라 하더라도 경영능력이 있으면 중용돼야 마땅하고, 측근을
어떻게 보느냐도 애매한 면이 없지않다.

또 극단적으로 모든 대기업들의 이사회가 대주주의 견제세력을 주축으로
구성됐다고 했을 때 의사결정의 지연등 그로인해 야기될 현실적 부작용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아울러 경제현실과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성공한
제도, 또는 세계표준에 모든 것을 맞추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현재의 대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할 점이 많고, 기업이 투명경영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 간여할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이미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규약을 만든바 있고, 상장 대기업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사외이사를 50%이상 의무적으로 선임토록 하는 등 제도적
인 장치도 마련한바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이건 지배구조 개선이건 정부는 법률과 제도로 기업들이
지켜야할 룰을 설정해 주고 이를 지키도록 감시하는데 그쳐야 한다.

특히 조직과 인사등은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해 기업 스스로 선택할 문제다.

기업들도 과거의 잘못된 경영관행과 행태를 고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믿는다.

잘잘못은 시장이 판단하게 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