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력 ]

<> 1930년 충남 아산 출생
<> 서울대 불문과 졸업
<> 프랑스 소르본대 불문학 박사
<> 시몬스대 교수
<> 포항공대 교수
<> 저서 ''시와 과학'' ''문학과 철학'', 시집 ''나비의 꿈''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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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과학철학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박이문(70) 포항공대
교수가 50년 강단 생활을 접고 다음달 정년 퇴임을 한다.

박 교수는 지난해 12월 7일 포항공대 중강당에서 열린 고별강연을 끝으로
공식 강의활동을 마감했다.

"항상 자유로운 사유를 하고 싶었지만 학교에 매어있다 보니 생각에만
그친것 같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그 기회가 왔다고 할 수 있지요. 한
분야에만 집착하지 않고 폭넓은 저술 활동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그는 최근 일산에 조그마한 아파트를 구했다.

이곳에서 그동안 연구해왔던 학문세계를 종합적으로 정리할 생각이다.

여러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초빙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논고"처럼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간결하게 담은 책을
쓰는게 학자로서 마지막 꿈이다.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은 80세로 생을 마감할때까지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직 철학적으로 방랑 중인 저로서는 죽는날까지 철학적
사유와 시적 명상을 계속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는 자신이 문학이나 철학적으로 아무런 결실도 거두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산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1952년 부산 동래고에서 불어강사로 처음 교단에 선 박 교수는 이화여대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프랑스로 건너가 불문학과 철학을, 미국에서
분석철학을 공부했다.

1970년부터 미 시몬스대에서 철학과 교수로 강의하다 1991년 당시 김호길
포항공대 총장의 초청으로 포항공대에서 철학을 강의해왔다.

철학자로, 불문학자로, 시인으로 활동한 그는 철학서 시집 등 38권의 책을
저술,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지적 자양분을 제공했다.

특히 기존의 문학이론을 거부하고 문학을 개인의 독창적 관점에서 볼 것을
주창한 문학이론과 분석철학적 관점에서 동양사상가들을 조명한 철학이론은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평소 "문학과 철학은 하나"라고 강조해 온 그답게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민음사)를 비롯 시집도 5권에 이른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주체가 있는 자유"를 학문의 주제로 삼아왔다.

이는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늘 변화는 환경속에서 자신이
선택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유행만을 좇지 말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