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제프리 주한호주대사 부인은 미식가다.

요리를 만드는 것만큼 즐기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서울에 온지 20개월이 된 제프리 여사는 남편과 함께 맛있다고 소문난 집은
멀다 않고 찾아간다.

대사관저가 있는 성북동 일대 맛집은 거의 모두 섭렵했다.

파전 불고기 비빔밥 만두 등 한국의 전통음식에 푹 빠져 있다.

제프리 여사는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서 김치를 먹고 싶어하듯
가끔씩 호주음식이 그리울 때가 적지 않다.

호주의 대표 요리라면 양고기를 꼽을 수 있다.

호주는 쇠고기 양고기 등 육류소비량이 많은 나라다.

특히 호주 일라보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우유 먹인 양고기 요리는 최고급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다.

제프리 여사가 이날 직접 준비해 소개한 메뉴도 양고기 필레트(살코기)다.

조리시간은 30분정도.

먼저 민트 양파 식초 와인 후추 등을 달군 프라이팬에 놓고 끓여 소스를
만든다.

지방을 제거한 양고기는 갈색이 될 때까지 스토브에서 굽는다.

이를 다시 오븐에 넣고 15분 가량 익혀 낸다.

익혀낸 양고기에 준비된 소스를 얹으면 된다.

여기에 익힌 호박 당근 등 야채를 곁들이면 시각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사실 양고기는 한국인에게 낯선 요리다.

특히 독특한 냄새때문에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제프리 여사는 "이 냄새를 민트향의 소스로 다스렸다"고 말했다.

실제 완성된 요리에서는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육질도 연해 씹는 맛이 뛰어났다.

쇠고기 맛과 쉽게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는 다양한 민족의 음식문화가 발달돼 있다.

"이민의 나라"답게 인도 베트남 태국 프랑스 등 각국의 대표 요리들이
집합해 있다.

한마디로 세계음식 백화점이다.

제프리 여사는 호주 음식의 특징을 "다민족 음식문화의 절묘한 조화"속에서
찾았다.

요즘 크게 유행하고 있는 퓨전요리도 이미 수백년전 호주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호주는 음식을 먹는다기보다 분위기를 즐기는 나라로 유명하다.

가족이나 친구 등과 함께 야외에서 양고기 바비큐로 여유롭게 식사를
하면서 정을 쌓아간다.

제프리 여사는 한국인들이 무언가에 쫓기듯 허겁지겁 밥을 먹는 식사문화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식사는 단지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이제 한국도
음식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김수찬 기자 ksch@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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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OD & CULTURE ]

부시 터커(Bush Tuker).

미개한 원주민의 음식이란 뜻으로 호주땅에서 나는 다양한 약초, 향신료,
버섯, 과일, 꽃, 야채, 동물, 새, 파충류나 양서류, 곤충 등을 일컫는
말이다.

부시 터커는 애버리지니라 불리는 호주 원주민들이 5만년동안 먹어온
음식을 통칭한다.

최근에는 건강식으로 각광받으며 고급 음식점의 메뉴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중 과일은 수백종에 달한다.

색다른 맛의 과일과 베리가 있다.

섬세한 신맛으로 스튜나 아이스크림에 많이 이용되는 야생복숭아, 조금
떫지만 단맛이 나는 뉴사우스 웨일즈 지방의 체리가 유명하다.

잔디씨나 맹그루브 난초 등도 널리 알려진 식재다.

너트류 또한 다양하다.

너트는 날로 먹거나 볶아 먹는데 대개 사탕류 케이크 등에 사용된다.

튜버는 원주민들의 일상적 음식으로서 감자나 당근류와 비슷하다.

캥거루 도마뱀류 갑각류들도 원주민들의 본토 음식이다.

드래곤 도마뱀이나 털난 캐터필라와 같은 작은 동물, 고래나 물개고기도
즐긴다.

특히 캥거루고기는 연하고 콜레스테롤이 없으며 저지방이라 건강식으로
좋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법제한이 있어 캥거루고기는 몇몇 주에서만 먹을 수 있다.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로서 이를 식용화하는데는 아직까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