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의 BC카드 거부사태는 시민단체들의 중재에 따라 일시적인
휴전상태에 들어 갔으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상태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BC카드 사용재개가 1월말까지 한시적인 조치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구체적인 인하폭을 놓고 양측간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요식업 재래시장 등 유통업계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맞서 BC카드의 주주인 시중은행들이 백화점 지로취급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유통업계와 신용카드업계간 대립으로 비화되고 있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에 대한 토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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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종 < 한국백화점협 상근부회장 >
이호군 < 비씨카드 대표이사 사장 > ]

-백화점 업계에서 BC카드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

<> 김두종 부회장 =백화점 업계에서는 5년전부터 카드 수수료 인하문제에
대해 협의를 요청했으나 카드사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카드사의 비용구조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약41%) BC카드 수수료가 인하되면 다른 카드도 따를
것으로 보고 행동에 들어 간 것이다.

<> 이호군 사장 =여신전문금융업협회(여전협)에서는 이미 카드사의 비용
구조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발표했다.

99년 기준으로 신용카드의 평균 수수료는 2.86%, 비용은 2.78%다.

개별 백화점과는 그동안 수수료 인하문제에 대해 꾸준히 협의해 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은 유감이다.

-BC카드 수수료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

유독 BC카드만 거부하는 것은 다른 카드와 형평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데.

<> 김 부회장 =매출액 60억원 이상 백화점에 대한 수수료 3%는 80년대
후반부터 적용해온 것이다.

그동안 백화점의 매출액이 8배 이상 증가했는데 수수료는 그대로다.

매출액이 늘어나면 당연히 수수료도 낮춰줘야 한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BC카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이 사장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BC카드만 문제를 삼은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

BC카드만을 거부한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뿐아니라 공정거래법도 위반한
것이다.

<> 김 부회장 =백화점이 BC카드 사용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

사용자제를 유도했을 뿐이다.

자제요청의 결과 평소의 10분의1 수준으로 BC카드 사용이 줄어 들었다.

실제 BC카드도 사용됐기 때문에 여전법이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매장에서는 사실상 거부사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이 사장 =백화점 3사가 작성한 행동요령이나 포스터를 보면 자제요청이
아니라 거부한 것이 명백하다.

거부사태로 소비자들이 민원을 제기한 사례도 있지 않은가.

<> 김 부회장 =일부 매장에서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사례는 있었으나
백화점 3사가 집단적으로 BC카드를 거부키로 결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BC 카드 수수료를 3%에서 2%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 김 부회장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카드사의 수수료 원가중 대손부담이 0.7~0.8%에 달한다.

그러나 백화점 카드의 대손부담은 0.03~0.04%에 불과하다.

그만큼 백화점 고객은 우량고객이다.

카드사의 대손부담이 높은 것은 카드남발과도 무관하지 않다.

카드남발을 줄이는 등 대손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은 않고 이를 백화점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두번째는 유사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다.

업태가 유사한 할인점에는 1.5%의 수수료를 적용하면서 백화점에는 3%를
매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세번째는 카드사의 경영합리화 노력이 부족해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조달금리를 낮추고 자구노력을 한다면 수수료 인하여력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 이 사장 =카드 수수료의 원가 2.78%중 대손으로 인한 것은 0.78%다.

카드남발로 대손부담이 높다고 했는데 동의할 수 없다.

카드발급 및 신용관리에서 가장 엄격한 회사가 BC카드다.

대손부담은 신용인프라의 구축정도, 금리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 0.24%, 일본 0.4%, 홍콩 0.7%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손부담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니다.

두번째로 할인점과의 형평성 문제는 정부정책의 결과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할인점 종합병원 주유소에 대해서만 원가에
못미치는 1.5%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골프장에 대해서는 실명유도 차원에서 1.5%를 적용하고 있다.

사치업종에 대한 수수료는 5%다.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할인점과
백화점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수수료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니다.

운영시스템이 비슷한 일본은 평균 3.5%로 우리 보다 높다.

미국의 경우 1.86%로 우리보다 낮으나 리볼빙 시스템에 의해 수수료 이외
이자를 물도록 돼 있다.

미국 카드사 수입의 75%는 이자수입이다.

-BC카드의 수수료 인하여력은 어느정도 있다고 보나.

<> 이 사장 =경제가 정상화돼 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소의 인하여력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어느정도 인하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검토가 진행 중이다.

3월1일부터는 인하토록 최선을 다하겠다.

백화점만 인하하는 것은 곤란하다.

전반적인 수수료 체계도 함께 검토해야 하므로 시간이 필요하다.

<> 김 부회장 =최소한 30%의 인하여력이 있다고 본다.

백화점은 원가가 덜 들기 때문에 평균보다 더많이 인하해야 한다.

-백화점의 BC카드 거부는 백화점 카드발급 확대 의도도 있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데.

<> 이 사장= 백화점 3사가 작성한 행동요령과 포스터를 보면 분명히 그러한
의도가 나타나 있다.

BC카드를 고집하는 고객의 경우 신분증만 제시하면 백화점 카드를 발급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백화점 카드 확대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카드 수수료 문제로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고 있는데 수수료 인하시
소비자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나.

<> 김 부회장 =41개 백화점이 지출하고 있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연간
8백40억원이다.

이중 상당폭이 인하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에게 환원시킬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비닐백을 유료화해 모인 돈으로 장바구니를 선물하고 환경미화를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환원하고 있지 않은가.

-카드 수수료 인하분쟁은 카드사간 수수료 경쟁이 일어난다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이 사장 =수수료 경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BC카드가 수수료를 정하면 다른 카드사가 이를 따라 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요식업에 대해 대체로 3%를 적용하고 있으나 특정업체에서는 2.3%를
적용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 김 부회장 =외국 카드사가 들어 오면 당장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담합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

-시민단체의 중재에 따라 카드업계와 유통업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원칙은 합의된 상태인가.

<> 이 사장 =합의된 사항은 신용카드사와 유통업계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설치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토록하고 BC카드 사용거부는 1월14일부터
철회한다는 내용이다.

카드업계의 입장은 수수료 인하요인이 있는지를 검토해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 김 부회장 =백화점 업계에서는 인하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BC카드 사용자제 유도 철회는 1월31일까지 한시적인 것이다.

이때까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수료 전반에 대한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면 수수료를 먼저 인하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 최경환 kghwcho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