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도주 < 포르투갈대사관 대리대사 >

유럽대륙의 맨 끝자락에 있는 포르투갈.

지리상으로 분명 먼 나라다.

그러나 이 나라 음식은 거리와 달리 뜻밖에도 우리 가까이에 있다.

무엇보다 쌀과 생선을 재료로 한 요리가 많아 한국인의 입맛에 낯설지 않다.

양념류도 비슷하다.

특히 마늘 양파 등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양념채소를 많이 사용한다.

요리법도 비교적 복잡하지 않다.

특별한 테크닉없이도 언제든지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게 많다.

마리아 주엉 로프스 카르도주 주한 포르투갈 대사관 대리 대사가 관저에서
직접 만들어 소개한 요리도 그중 하나.

바로 해물밥(Arroz de mariscos.아호즈 드 마리스쿠스)이다.

재료는 모두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새우 홍합 모시조개 바지락 가리비 등 각종 해산물과 다진 양파, 마늘,
피망, 토마토, 쌀 2컵, 버터, 올리브유, 월계수잎, 백포주 약간이면 재료
준비가 끝이다.

먼저 해물을 깨끗이 손질해 소금을 약간 넣고 삶는다.

삶은 해물은 건져 내고 국물은 따로 둔다.

달궈진 냄비에 버터와 올리브유를 넣고 양파 마늘 피망 토마토를 차례로
볶는다.

여기에 소금과 월계수잎을 넣고 포도주를 여러차례 걸쳐 나눠 붓는다.

쌀을 넣고 따로 둔 국물을 붓는다.

중간에 익는 시간을 고려해 해산물을 첨가한다.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다진 파슬리를 뿌려낸다.

기호에 따라 칠리소스를 첨가해 먹으면 된다.

완성된 요리를 보면 밥이라기보다는 죽에 가깝다.

해물과 쌀이 어우러져 내는 향이 독특하다.

김치와 곁들이면 동서양의 구분이 사라진다.

절묘한 맛의 조화가 이뤄낸 해물밥은 공간적 거리감도 허물어 버린다.

한국에 부임한지 한달이 갓 지났다는 카르도주 대리 대사는 "스스로 훌륭한
요리사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한국인들이 가정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자신의 실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메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구 요리다.

대구는 한가지로 1백가지 이상을 만들어낼 수 있어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요리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러나 국내산에 비해 훨씬 큰 포르투갈산 대구를 구할 수 없어 대구요리를
다음으로 미뤘다고 그는 들려줬다.

카르도주 대리 대사는 벌써 한국 음식에 푹 빠져 있다.

팥죽 떡 등 전통음식을 특히 좋아한다는 그는 영어로 된 한국 요리책을
두권이나 구입했다.

올해는 한국과 포르투갈 음식을 접목시킨 이색요리를 만들어 보겠다는게
그의 작은 포부다.

< 김수찬 기자 ksch@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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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OD & CULTURE ]

도스(Doce)를 빼놓고는 포르투갈 음식을 이야기할 수 없다.

디저트중 달콤한 푸딩 파이 과자류를 총칭하는 도스는 포르투갈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어린이들 간식의 대명사로 사랑받았던 카스테라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도스의 역사와 전통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스는 지난 수세기동안 포르투갈의 수도원에서 수사나 수녀들이 만들고
발전시켜 왔다.

수도원은 그 요리법을 비밀리 간직하면서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도스에 종교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이름들이 붙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Papos de anjo(angel''s craw.천사의 주머니), Toucinho do ceu(heaven''s
bacon.천국의 베이컨), Manjar do ceu(heaven''s delicacy.천국의 별미) 등이
그것이다.

이런 도스들의 기본 재료는 달걀 노른자와 설탕이며 남부지방은 아몬드를
많이 사용한다.

도스는 1832년 수도원 폐지 이후 요리비법들이 차츰 외부에 공개되기 시작
했고 점차 왕실 귀족에서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퍼져 나갔다.

전달과정에서 독특한 비법과 맛을 일부 잃기도 했지만 여전히 인기가 높다.

요즘에는 집에서 직접 만들기보다는 사먹는 경우가 많다.

카스테라가 도스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카스테라는 "pao de castelo"가 원조.

castelo는 성이라는 뜻이며 이곳에서는 빵이 네모 모양이어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는 후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