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이나 계획들이 봇물을 이루는 시기다.

새천년 새해 첫달이다 보니 정부 기업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향후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증권거래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자본시장의 중심축답게 개장일 "2000년 업무계획"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매매거래시간 연장, 사이버 야간시장개설, 24시간 거래체제 구축,
해외증시와의 제휴 및 연계, 증권시장 시스템의 첨단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국제적이고 선진적인 종합증권시장으로의 발돋움이 슬로건이다.

거래소 표현을 빌리자면 "시장개혁"적인 내용이며 시장전반의 제도와 관행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다.

화려하고 흥분되기까지 한 비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어딘가 허전한 건 왜일까.

일반 소액투자자들의 "작은 소망"들이 하나둘씩 오버랩된 때문일까.

상장종목의 업종을 시장흐름에 맞게 재분류해 달라는 요구는 작은 소망들
중 하나다.

정보통신주나 인터넷주가 뜬다고 해서 주식시세표상에는 정보통신주나
인터넷업종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해당 종목을 짐작으로만 찾았다간 시세표도 볼 줄 모르는 순진한 투자자로
오해받는다.

컴퓨터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삼보컴퓨터는 사무.계산.회계용기계 업종에
포함돼 있다.

캅셀을 생산하는 서흥캅셀은 음식료업종에서 찾아야 한다.

SK텔레콤은 LG정보통신 한솔텔레컴등이 속한 전자.통신장비업종에서
헤매봤자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싯가총액 5위안에 드는 공룡종목이 상장 안된 종목으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과거 상장 당시의 주력 업종에 맞춘 분류이거나 업종분류 자체가 잘못된
결과다.

한마디로 시장흐름과 산업조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뒤죽박죽 분류다.

상장종목 업종 재분류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은 한두번 나온게 아니다.

하지만 거래소의 올해 업무계획 발표에는 업종을 재분류하겠다는 언급은
한줄도 들어있지 않다.

원칙상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 분류기준이 먼저 바뀌어야 업종 재분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재분류가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주력업종만 확인되면 재분류할수 있다고 실무진들은 얘기한다.

업종재분류를 할수 있는데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아니면 너무 "하찮은 업무"여서 관심이 없는 것인지.

새천년에는 정보통신 인터넷산업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주식시장이 이런 산업조류를 탈 것은 자명하다.

글로벌 스탠더드 등 시장개혁의 큰 그림도 좋지만 이번 기회에 업종
재분류와 같이 소액투자자들의 가려운 곳에도 신경을 쓰는 배려가 아쉽다.

기관투자가들의 허수주문으로 발생하는 소액투자자들의 피해 등 세심하게
개선해야할 점은 수두룩하다.

< 김홍열 증권부 기자 come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