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을 조기에 연임시킨 것은
경기 및 증시를 연착륙시키자는 의도와 함께 정치적인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최근 주가가 급등해 거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증시의 열기를
가라앉히자는 것이 큰 배경으로 보인다.

그린스펀은 미국주가가 30% 이상 과대평가됐다며 금리조절을 통해 이를
완만히 연착률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 경제는 작년 3.8%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2.6~3.1%의 높은 경제성장이 유력시돼 사상 최장기 호황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그린스펀은 경기과열을 방치해 경제가 일시에 고꾸라질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인플레 예방을 위해 금리인상 등 공격적인 통화긴축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론스키는 "뉴욕증시는 어차피 조정을 받게
돼 있다"며 "그린스펀의 조기임명은 장기적으로 미 경제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의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공회의소 스테픈 더만 이코노미스트는 "그린스펀의 연임은 투자자에게
미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어 대통령 선거운동중인
앨 고어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온건 공화당원으로서 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신봉자다.

그는 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다우지수 22.61% 하락) 당시 시장안정화
의지를 천명, 사태를 조기에 진화했다.

98년 9월 러시아의 디폴트선언으로 세계금융시장이 휘청거릴 때도 기준금리
를 3차례나 내림으로써 시장을 조기에 안정시켰다.

이후 적절한 금리정책으로 "저물가.고성장"의 "신경제"를 만들어내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음은 지난해 그린스펀의 주가시장 관련 발언들.

<>파티흥이 고조될 때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게 나의 임무다.
(작년초 의회연설에서)

<>지난 5년간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주가의 과도한 급등으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장개입"에 나설 수
밖에 없다.(작년 8월 FRB연례금융정책회의)

<>최근 주가상승은 투자자 대출자 모두에게 위험하다.(99년 10월
미통화감독청회의)

< 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