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골프의 시작이라 일컫는 시점에 넬슨은 은퇴를 선언하고 샘 스니드는
US오픈만을 제외한 모든 대회를 휩쓸고 있었다.

1948년 US오픈에서 2백76타란 대회기록으로 세계골프역사에 영원히 남는 새
영웅이 탄생한다.

벤 호건(1912~).

세계골프 역사상 최고 수준급의 골퍼로 해리 버든, 보비 존스, 벤 호건,
잭 니클로스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 나는 벤 호건이 가장 위대한 선수라 말하고 싶다.

그는 텍사스주 두블린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열쇠공이었던 아버지를
10세에 여의고 어머니를 따라 포트 워스로 이사갔다.

그는 11세에 학교가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곳에 있는 "글렌 가든"
골프장에 캐디로 일하며 가사를 도왔다.

노력만이 오직 자기가 살아남는 길이란 것을 일찍 터득한 그는 손에 통증이
와야만 그칠 정도로 연습공을 많이 쳤다고 한다.

하루는 부엌일을 돕던중 뜨거운 냄비를 그냥 맨손으로 잡는 어린 호건의
손바닥을 그의 어머니가 보니 성한데가 없는 곰발바닥과 같아 그를 부둥켜
안고 밤새 울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왼손으로 골프를 시작한 그는 금방 골프스윙의 원리를 깨닫고 다시
오른손으로 바꾼다.

19세때 프로에 입문하고 1931년 투어에 참여하지만 아무 성과도 올리지
못한다.

1933년 다시 재도전하지만 또다시 실패한다.

이때 좌절에 빠져있는 그를 구한 것은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그는 회고록에서 "나의 어머니는 매일밤 잠자리에 들 때 나를 가슴으로
안아주며 "벤,나는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하며 제일 자랑스럽게 여긴다"
고 했다"고 쓰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훌륭한 위인의 뒤에는 언제나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예다.

다시 피나는 연습과 노력으로 1940년 드디어 호건의 시대가 열리는데 그것도
잠시뿐 2차대전으로 그는 육군항공대에 지원한다.

1945년 전쟁에서 돌아온 호건은 그동안 녹슬었던 골프스윙을 다시 갈고
닦으며 그의 장기인 "페이드 샷"을 완벽하게 터득한다.

그는 1946~53년 US오픈 4회, US PGA 2회, 마스터스 2회, 브리티시오픈 1회
우승 등 그랜드슬램 달성과 함께 수도 없는 많은 대회를 석권했다.

1949년 안개낀 새벽, 피닉스에서 시합을 끝내고 텍사스로 돌아오던중
버스와의 충돌사고때 그의 아내 밸러리를 보호하려다 더욱더 큰 부상을 한다.

골반에 금이 가고 목 갈비뼈 발목등에 수많은 골절상으로 생명을 앗아갈
정도였다.

1950년 그는 완쾌도 되지않은 몸을 이끌고 자신의 건강을 테스트하기 위해
참가한 US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다.

온몸엔 반창고, 엉덩이엔 보조대를 차고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에
마지막날 12번홀에서는 홀에서 공을 꺼내다 넘어질뻔하기도 했다.

완벽한 경기운영, 타협을 불허하는 그는 경기도중 결코 입을 여는 일이 없어
"철의 얼굴"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 전 미 PGA티칭프로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