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승격시키기로 한 김대중 대통령의 결정은
경제정책 의사결정을 신속, 효율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2년간 운영돼온 현행 시스템이 "사령탑 부재"로 인해 크고 작은
문제점을 노출한데 따른 반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형성된 부처간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또다시 훼손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 부총리제 부활의 배경 =지난 63년 도입된 경제 부총리제는 98년 2월
재정경제원의 기능이 재경부, 기획예산위, 금융감독위원회 등으로 분산
되면서 폐지됐다.

지나치게 비대한 재경원 조직이 경제정책의 독단을 불렀고 환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경제정책의 총괄조정기능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대책조정회의가
수행했다.

그러다 작년 6월부터는 재경부 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가
신설돼 경제정책을 조정하고 총괄해 왔다.

하지만 실제운영 과정에서는 부처 실무자간의 정보단절 등으로 인해 잦은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해 대우채권의 손실분담 비율을 두고 재경부와 금감위가 서로 다르게
발표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수평적 관계인 경제장관들이 만나 의견을 조율
하기란 쉽지 않다"며 "형식상으로라도 회의 주재자의 직급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 경제팀이 그나마 팀 워크를 발휘한 데에는 구성원들의 인간
관계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귀뜀했다.

뒤집어 말하면 개각으로 구성원이 바뀔 경우 정책조율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
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통령이 개각과 총선을 앞두고 부총리제를 부활키로 한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판단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 정책결정 어떻게 달라질까 =강봉균 장관은 3일 시무식을 마치고 기자들
과 만난 자리에서 "재경부가 부총리 부처가 되더라도 다른 부처의 기능이나
업무를 가져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재경원처럼 공룡부처로 되돌아 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재경부가 앞장서 정책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정책개발을 재경부가 선도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대해 재경부 직원들은 재경부가 경제기획원 시절과 비슷한 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현장에서 한발 물러서 정책전반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예산, 금융감독 등의 정책결정 시스템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정책조정회의에 과거 경제기획원시절의 경제장관회의처럼 법안
의결 등의 기능이 부여될 가능성은 있다.

<> 부총리 부활의 문제점 =재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키는데 대해서는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과거 재경원이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독주했던 행태가 부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총리는 모든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했던 개발독재 시대의 산물"이라며 "경제정책에 대한 요구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총리제 부활이 필요한지 의문스럽다"
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정부조직법상 재경부가 재경원시절의
행태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경원의 독주를 가능케 했던 예산권과 금융관련 권한이 기획예산처와
금융감독위원회에 넘어갔기 때문에 이제는 독주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