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태니카 백과사전 전집 33권에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담겨 있다.

이처럼 방대한 정보를 기존 구리전화회선으로 전송하려면 무려 14시간이나
걸린다.

그러나 광케이블망을 이용하면 3초 이내에 끝낼 수 있다.

빛에다 초대용량의 정보를 실어나르는 광통신의 위력이다.

광통신( Optical Fiber Communication )은 구리선을 이용한 유선통신이나
주파수가 공간을 통해 전파되는 무선통신과는 달리 빛에 정보를 실어
광섬유를 통해 정보를 전송하는 통신기술이다.

광섬유는 구리선에 비해 대역폭은 1백억배나 넓은 반면 전송오차는 1백억
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전송손실이 아주 낮고 수명은 반영구적이다.

광통신이 "21세기 전송로"로 불리는 이유다.

광통신은 19세기초 그레이엄 벨이 태양광선을 이용해 2백13m 떨어진 곳에
전화(전기)신호를 보내는데 성공하면서 가능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정보의 전송손실이 너무 크고 실용기술도 받쳐주지 않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고효율의 반도체 레이저와 전송손실을 줄일 수 있는
광섬유가 개발되면서 미래의 통신망으로 급격히 주목받게 됐다.

특히 1990년대들어 통신의 중심축이 전화 등 음성통신에서 인터넷 등
데이터통신 중심으로 바뀌면서 광통신은 정보기술(IT)혁명을 가속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보기술이 아무리 앞섰더라도 낙후된 통신망
으로는 정보처리시간이 늦어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자동차가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고속도로가 필요한 것처럼 정보화시대에는
광케이블을 이용한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핵심수단으로 필요하게 된 것이다.

광통신기술은 광전송기술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더 많은 정보를 보다 빨리 전송할 수 있어야 통신망 구축비용을 줄이고
통신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광전송기술 중에서는 현재 "파장(채널)분할다중전송( WDM: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 )"이 광섬유의 전송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여러개의 전기신호(파장)를 전송하기 위해 종전에는 여러 가닥의 광섬유가
필요했지만 이 기술은 광섬유 한 가닥으로 복수의 파장을 한꺼번에 보낼 수
있게 한다.

이 기술의 등장으로 시외구간의 장거리 기간 전송망의 전송속도를 종전의
기가(1기가는 1천메가 bps )급에서 테라(1테라는 1천기가)급으로 올릴수
있게 됐다.

1기가의 속도로 브리태니카 전집 33권의 정보를 3초안에 전송할 수 있는
것이다.

테라급 전송기술이 갖춰지면 일반이용자들도 1백55 Mbps 이상의 초고속으로
인터넷 등 데이터통신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1백55 Mbps 는 1초에 A4용지는 1만6천8백75장, 신문은 2천1백10쪽을 전송할
수 있는 속도다.

현재 국내에서는 WDM기술을 이용해 40기가까지 가능한 전송시스템을 개발해
놓고 있다.

한국통신은 실험을 통해 전송속도를 80기가까지 높이는데 성공했다.

전송거리도 실제 광케이블을 통해 1백23km까지 가능한 것으로 입증됐고
실험실에서는 6백km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외국에서는 WDM보다 한단계 진전된 고밀도 파장분할다중전송(DWDM)기술을
통해 광섬유 한가닥으로 한번에 최대 80개의 파장을 4백기가급의 속도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 테크놀로지스는 이보다 4배
빠른 1.6테라급의 전송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WDM도 광섬유를 통과하는 여러개의 파장이 서로 혼합되면서 간섭을
일으켜 전송용량에 제약을 받는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기술이 하나의 파장만을
사용하는 "광학적 시분할 다중전송( OTDM:Optical Time DIvision
Multiplexing )"이다.

WDM과 OTDM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다.

앞으로 테라급 광통신망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이들을 결합한 광통신기술이
필요하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광통신 전송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1백~2백km의 장거리를 중계기없이 전송할 수 있는 광섬유증폭기와 분산보상
광섬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보다 업그레이드된 기술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인류의 빛에 대한 도전은 통신속도와 거리를 늘리기 위한 개발의
역사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 문희수 기자 mh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