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이 시작된다고 갑자기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달력에 2000년이란 낯선 숫자가 등장할 뿐 한해가 바뀌는 것은 예나 지금
이나 마찬가지다.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는데도 지구촌 사람들이 뉴밀레니엄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천년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심리적 감성적인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대와 전망이 개인들의 생활과 인류역사에 어떤 식으로든 하나의
물화된 힘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종교와 예언가들이 2000년대를 조망하고 인류에게
경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인류역사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예언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구상에 재앙이 속출하고 사상과 가치측면에서도 일대 격변이 일어나지만
인류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점이다.

황당한 예언들 속에서도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믿음이 녹아들어 있다.

<> 역학의 예언 =동양의 역학은 우주의 생성원리를 풀이한 학문이다.

이미 6천년 전에 복희팔괘로 "하늘의 이치"를 밝혔고 3천년 전에는
문왕팔괘로 지상생활의 원리인 "인간절의의 이치"를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또 미래역으로 알려진 정역은 "후천의 자연계와 인류의 앞날"을 상세히
예언하고 있다.

서양종교의 예언은 인류의 종말을 먼저 얘기하고 주의 재림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역의 원리"는 후천세계의 자연계가 어떻게 운행될 것인지,
인류는 어떻게 심판받는지를 설명하는 차이를 보인다.

또 말세나 멸망이 아닌 성숙과 결실로서 인류의 운명을 풀이하고 있다.

정역시대는 23도7분으로 기울어져 있는 지구 자전축이 바로 서면서
시작된다고 한다.

지축의 대변동으로 지축속의 불기운이 북극으로 들어가 빙하를 녹인다.

오대양의 물이 불어나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을 휩쓴다.

인류를 파멸시킬 세계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진에 의한 자동적인 핵폭발이 생긴다고 예언한다.

이때 핵보유국들이 엄청난 피해를 받는다.

"남을 죽이려고 하는 자는 먼저 죽고 남을 살리려고 하면 자기도 살고 남도
사는 법"이라는 정역의 명제가 입증된다는 것이다.

정역은 세계의 다양한 종교가 하나로 통일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모든 껍데기를 벗고 "종교의 알몸"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신앙인끼리 서로 반목하고 "내 종교가 옳다, 네 종교는 틀렸다"는 식의
종교에 대한 천박한 이해가 종말을 고한다.

그 장벽이 허물어지면 초종교가 나타날 것이다.

증산도의 시조인 강증산도 이런 변화를 예언했다고 한다.

후천시대는 만민의 의사가 주체가 되고 통치자는 이 의사를 반영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정역은 선조가 쌓아온 음덕으로 한국이 복을 받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우주의 변화를 제대로 전망한 사람은 한국인 외에는 없으며 인류를 구원할
방안을 갖고 있는 민족도 우리 민족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주역선해에는 "시만물 종만물이 간에서 일어난다면 세계적인 인류를 구출할
정신적 문화가 어찌 한국에서 시하고 종하지 않으랴"라고 나와 있다.

<> 격암유록의 예언 =격암 남사고(1509~1571)는 조선 명종때 철학자다.

주역을 깊이 연구해 천문 지리에 통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언가다.

그는 격암유록에서 경진년(2000년)이나 신사년(2001년)부터 대환란이
시작된다고 내다봤다.

황금만능주의가 극심해지면서 시작된 환란은 임인년(2022년)이나 계묘년
(2023년)에 끝나며 남북통일도 이때쯤 이뤄진다고 전한다.

환란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죽게 되는데 구세성인이 출현해 화를 면하는
길을 가르쳐준다고 한다.

미륵불 상제 하느님 같은 천상의 절대자가 천지운행의 이치가 바뀌는
전환기에 사람으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즉 "성자의 시대"가 끝나고 아버지가 직접 내려오는 "성부의 시대"가
전개된다.

이 성부 하느님이 친히 펼치는 무극대도에 의해 무수한 종교적 진리가
통일되고 인류는 한마음으로 화합하는 이상세계가 열린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개벽인 것이다.

또 무극대도는 조선에서 출현한다고 적고 있다.

남사고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노스트라다무스도 구원의 거룩한 무리들이
동방으로부터 출현한다고 예언했다.

<> 현대의 예언자들 =20세기가 낳은 대예언가중 한사람인 마이클 스캘리언은
지구 자전축이 지금보다 서쪽으로 13도 가량 이동해 인류는 엄청난 지각변동
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대환란만 예언한 것은 아니다.

그 이후 전개될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미래지도"( Future Map of the United States )란 저서에서
21세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2002년에는 지구가 새로 태어나게 된다.

사람들은 평화롭게 살고 대부분 시골에서 산다.

공기는 맑고 오존층의 구멍은 사라진다.

둥근 돔으로 지어진 집은 실내조명과 냉난방을 자동조절하는 얇은 막으로
덮혀 있다.

자동차는 사라지고 담배처럼 길쭉하게 생긴 바퀴없는 운송수단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텔레파시로 대화하며 동물과 의사소통할 수도 있다.

새로운 꽃과 식물들이 나타나 약제로 쓰이며 에이즈를 비롯한 현대의
질병들은 치유된다.

지구에는 또 하나의 보편적 진리가 등장한다.

모든 삶의 상호관계(상생)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수천년의 평화가 찾아오며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

미국 예언가인 루스 몽고메리도 "미래의문턱"( Threshold to Tomorrow )이란
책에서 자전축의 변동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탐욕스런 영혼과 인간이 만들어낸 공해들을 지구에서 깨끗이 없애기
위해서 이같은 지축의 대변동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우주의 영적 존재들이 전기로 폭풍을 일으켜 오염된 구름을 제거하고 나면
지구의 대기는 다시 신선함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이후 지구는 살기 좋은 황금시대를 맞이한다고 예언한다.

현인 에드가 케이시는 이집트 피라미드에 "미래의 달력"이 새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피라미드 통로의 1인치는 1년을 뜻하는데 통로가 꺾이는 지점에 도달하면
인류 역사에 큰 사건이 일어난다고 예언했다.

이 통로에는 두차례의 세계 대전과 케네디 암살사건의 날짜가 정확히 새겨져
있기도 하다.

이 통로는 "왕의 방"이란 곳에서 끝나는데 이 시간을 계산하면 2000년
5월5일이라고 한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