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 기쁨과 아쉬움, 그리고 울분을 느끼게 했던 99년 주식시장이
28일 문을 닫았다.

세기말인 올해는 단군이래 처음으로 열린 "주식의 시대"였다.

4년여만에 사상 세번째로 "주가 1000 시대"가 열렸다.

활동계좌수가 7백60만개에 달해 국민 개주화가 실현됐다.

기업이 주식시장을 통해 1년간 조달한 자금(코스닥시장과 해외DR 포함)이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었다.

특히 코스닥주가의 급등은 중소벤처기업들에 자금조달의 길을 활짝 열어
줌과 동시에 창업자들에겐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다.

싯가총액은 증권거래소 상장주식 3백49조5천억원, 코스닥 1백6조6천억원 등
총 4백56조1천억원으로 증가했다.

IMF 위기 때는 "무주식 상팔자"였으나 이제는 "무주식 왕따"가 될 정도로
주식에 대한 "대우"가 바뀌었다.

수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브로커들이 등장하고
1~2개월 사이에 10배나 되는 이익을 챙긴 투자자들이 나타나면서 세기말을
보내는 망년회에서 주된 화제는 "주식"이었다.

그러나 99년 주식시장에 환한 빛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화려함 뒤에는 으레 그렇듯이 어두운 그림자도 적지 않았다.

증권회사 최고경영자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구속됐다.

외국인과 기관에 의한 주가차별화가 심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풍요속의
빈곤을 절감해야 했다.

11월부터는 거래소시장의 일부 정보통신주와 코스닥시장 벤처주가 급등
하면서 "거품시비"에도 휘말렸다.

<> 주가상승 배경 =연초 587.57에서 연말 1,028.07로 주가를 끌어올린
원동력은 "패러다임 시프트"였다.

98년10월부터 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시중여유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물가가 안정되고 부동산값이 소강국면을 보인 것도 주식으로의 자금집중을
심화시켰다.

외국인이 1월부터 적극적으로 주식매수에 나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3월부터 선보인 "바이코리아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가상승->주식형 수익증권 증가->주가상승"의 선순환이 일어났다.

종합주가지수가 700포인트와 800포인트 900포인트를 돌파할 때마다 "과속.
버블론"이 제기됐고 정부가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한번 방향을 정한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 99년 주식시장 흐름 =99년 주식시장은 극심한 주가차별화와 "전강후약"
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장중거래가 허용된 것 등에 힘입어 싯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GDP(국내
총생산)를 초과했다는 진기록도 있다.

상반기에는 외국인과 기관에 의한 "쌍끌이장세"가 펼쳐지며 "빅5"를 중심
으로 한 지수관련 대형우량주가 크게 상승했다.

7월7일 4년8개월만에 "주가 1000 시대"가 열린 뒤 대우그룹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주가는 10월말까지 3개월반가량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7~10월중 한달에 1조5천억원어치씩 주식을 처분한데 따른 것이었다.

투자신탁이 밀려들어오는 주식형 수익증권 자금으로 힘겹게 "외끌이장세"를
이끌었다.

11월부터는 전세계적인 "주가동조화"속에 정보통신주 중심의 주가양극화가
펼쳐졌다.

외국인들은 11월에만 2조3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상승에 불을
붙였지만, 철저히 인터넷.정보통신주에 매수세를 집중시켰다.

투자신탁들은 수익증권 환매에 밀려 주식을 처분해야 했다.

SK텔레콤 데이콤 한국통신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신5인방"의 강세로
종합주가지수는 다시 1,000포인트를 회복했지만 다른 블루칩과 저가대형주들
은 하락행진을 계속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투자원금이 절반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울화통이 터진 개인들은 거래소시장을 떠나 코스닥시장으로 옮겨갔다.

연말 폐장지수는 7월9일에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1,027.93)을 돌파했으나
체감지수는 800 밑이라는 분석이 많은 실정이다.

<> 주식시대의 의미 =주식의 시대는 한국경제가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았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들의 부가 늘어나 소비가 증가
하게 된다(wealth effect).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경기도 활성화된다.

또 주가가 상승하면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부채비율을
떨어뜨림으로써 기업이익이 증가한다.

경기활성화와 기업이익 증가는 다시 주가상승으로 작용한다.

주가상승->기업이익 증가->경기활성화->주가상승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높여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99년중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40조8천억원어치의 자금을 조달해 부채비율
을 2백%로 낮추고 12월결산법인의 당기순이익이 1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주가상승의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무디스와 S&P가 올들어 두차례나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것도
결국은 주가상승에서 비롯된 것이다.

< 홍찬선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