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의 30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은 경청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중 주식소유분산및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
집단을 제외한 자산총액 기준 1위부터 30위까지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총액출자제한등 갖가지 규제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같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우리경제의 큰 병폐로 지적돼온 경제력집중을
완화하는데 다소간의 기여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건전한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족쇄역할을 함으로써 기업의
창의와 경영혁신을 오히려 저해하는 부정적인 효과도 적지않았음은 부인할수
없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강력히 추진해온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등으로 그동안
대기업집단의 비효율을 조장해 온 상호지급보증과 부채경영, 그리고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행태 등이 크게 개선된데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여러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보완돼 앞으로 그같은 경영행태로는 살아남기조차
어려운 시장환경이 조성됐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들에 여러가지 족쇄를
채우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마땅히 폐지되거나 대폭 개선해야 할 때가
됐다.

더구나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준수의무가 없는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경쟁에서조차 국내 대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폐지 내지 개선의 필요성은 더욱 명백해
진다.

또 기업규모면에서 비교가 안될만큼 차이가 많은 5대그룹과 6~30대 그룹을
동일기준으로 규제하는 것도 형평에 맞지않는다.

물론 현행 공정거래법은 소유분산과 소위 문어발식 기업경영으로 불리는
비관련다각화를 억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될수 있지만 과연
업종전문화가 바람직한 경영전략인지도 의문의 여지가 없지않다는 점에서
이것 역시 기업의 자율선택에 맡겨야 할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총자산규모 순서로 30대 기업집단을 지정하는 현행 대기업
집단제도는 재고할 때가 됐다고 본다.

금융이 대출자로서의 성실한 의무를 수행하고, 특히 관련법률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나 불법내부거래등이 철저히 차단된다면 종래와 같은
대기업의 횡포나 방만한 기업경영은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대기업 규제법으로서의 위상을 강화시킬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규칙에 따른 기업활동을 적극 조장하고 지원해주는 경쟁촉진법
으로서의 본래기능에 더욱 충실할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