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늦은 출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지하철까지 택시를 타려고 집앞 길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모두 나와 같은 입장일 것이다.

기다리기를 10여분-.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두 택시를 타고 떠나 다음 빈차가 오면 내
차례다 싶을 때 빈 택시가 저만치 시야에 들어 왔다.

내릴 때 계산하기 편하게 바지주머니에 있는 천원짜리 1장과 동전을 코트
주머니에 옮겨 넣고 탈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그 순간 횡단신호등이 바뀌며 막 길을 건너 온 젊은 직장여성이 나를
앞질러 택시를 타는 게 아닌가.

뭐라고 말할틈도 없이 택시는 그 여자를 싣고 떠나버렸다.

뒤통수를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새 천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사람마다 새로운 각오와 계획으로 2000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거창한 구호나 계획보다는 지난날 하지 못했던 "다른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와 사회질서 지키기부터 실천해 보는 게 어떨까.

김순희 < 서울 양천구 신정동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