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은 뉴욕증시에 뜻깊은 한 해다.

다우지수는 대망의 10,000포인트를 꿰뚫었고 3,000포인트를 돌파한
나스닥지수는 4,000포인트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한 벤처기업 주식은 상장 첫날 8배나 폭등하는 신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미 증시가 활황을 보인 것은 정보혁명(IT)에 힘입어 인터넷 정보통신 등
첨단주 주가가 급등한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이면에는 어두운 구석도 숨어 있다.

"주가 양극화"가 바로 그것이다.

나스닥지수는 올해 55차례에 걸쳐 최고치를 경신하며 7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나스닥 상장기업중 9백97개사가 올해 1백%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대부분 첨단기술관련주들이다.

반면 2천2백54개사는 나스닥이 55차례나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에도 주가가
떨어졌다.

주로 의약 제조 판매 등 전통업종 주식이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리(FRB)가 인플레와 증시거품을 우려, 단행한 세차례
금리인상이 주가 양극화의 원인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당초 FRB의 금리인상은 부채비율이 높은 첨단기업들의
주가에 악영향을 줄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금융및 전통업종 기업들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금리가 오르자 금융비용부담을 우려해 은행이나 채권시장에서 돈을
융통하기가 어렵게 된것이다.

채권값도 떨어져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연초 5.15%에서 최근엔
6%를 훨씬 웃돌고 있다.

반면 인터넷등 첨단기업들은 미래가치를 따지는 투자자들이 몰리는데다
주가도 상승해 자금을 골라서 쓰고있다.

증시에서 "잡초(증시거품)를 솎아내려고 잡초제거제(금리인상)를 뿌리다
오히려 잔디밭(증시)만 버렸다"는 비아냥도 FRB의 금리인상이 역효과를 낸
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FRB로서는 증시의 양극화 현상때문에 인플레 조짐을 강건너 불보듯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성장 저실업 소비붐 등 금리인상 요인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FRB가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증시과열과 그 이면의 주가
양극화, 그리고 너무나 잘 나가는 경제"에서 비롯됐다.

미국경제는 9년 가까이 "파티중"이다.

파티를 끝내자고 종을 울려도 파티장의 열기는 뜨거워져만 갈 뿐, 차려놓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사람들은 파티를 더하자고 아우성이다.

FRB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다.

< 방형국 국제부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