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룡 < 한국통신정보기술 사장 >

창업을 생각하게 된 시기는 IMF 한파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젊음을 직장에
바쳤던 사람들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던 지난 98년 봄이었다.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에서 마음껏 뜻을 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창업에 적절한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직장인 한국통신은 때맞춰 사내창업제도를 추진하고 있어서 몇몇
동료들과 그해 8월부터 사내벤처 창업을 준비했다.

이 회사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연구개발 분야에서만 14년을 근무해왔던
나는 올해 1월부터 "프리맵"이란 생활지리정보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내벤처
기업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어려움과 고비도 많았다.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의식과 맞서 서비스 사용료를 받아내기 위해
고객들을 설득해야 했다.

1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해 직원들 월급을 걱정하기도 했다.

과연 이 사업이 되는 것인지, 창업 당시 생각했던 비전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드는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았던 고객으로부터의 서비스 요청이 들어오고 프리맵이
국내에서 제공되는 지리정보서비스중 최고라는 평을 듣게 되면서 차츰
자신감이 붙었다.

한국통신에 근무할 때 친분을 맺었던 몇몇 기업에서 창업 소식을 듣고
사업용 전산장비를 무상으로 대여해 줬던 일은 잊지 못할 고마움으로
남아있다.

창업할 때 경쟁이 치열한 범용 GIS시장보다 미개척지인 웹GIS시장을
겨냥했다.

이를 위해 웹 전용 GIS엔진을 개발, 웹GIS시스템 구축에 활용해왔던 전략이
그런대로 적중해 이제 국내 인터넷 지리정보서비스 분야에서는 남들이 넘보기
힘든 위치에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재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 심마니 네띠앙 다음커뮤니케이션등
포털사이트들과 하이텔 유니텔 등의 PC통신업체 한국경제 동아일보등 신문사
웹사이트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로통신 삼성생명 현대투자신탁 등에는 맞춤형 응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8명으로 출발했던 인원이 34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사업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3배 이상을 달성하는 실적도 올렸다.

이제 막 창업한 입장에서 마치 사업을 꽤나 해본양 얘기하는 것이 창피하기
도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감 하나로 달려들어 이제 조금은 안정된
단계로 회사를 끌어올려 놓았다는 생각에 마음은 한없이 편안하다.

최근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라는 권유도 받지만 기술개발이나 시설투자에
필요한 자금 이상의 돈이 들어와도 그 돈을 움직일 용도가 없는데 굳이
급하게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히려 "묻지마 투자"는 성실하게 기업의 내재가치를 키워가고자 하는
기업인들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벤처기업의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적지 않은 이때에 올바른 기업정신과 할 수 있다는
의지로 똘똘뭉친 회사라면 머지 않은 장래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02)953-0090~2

< srkim@ktit.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