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스닥시장 건전화대책이 나온 20일 증시관계자들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던 코스닥시장이 이젠 기업내용에 따라 옥석이
가려지는 계기를 맞았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등록.퇴출요건 강화 <>주가심리 강화 <>창투사 지분의 의무보유기간
설정 등은 장기적으로 소액투자자 보호와 시장투명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증시관계자들은 따라서 코스닥시장이 지난 주말 대폭락의 "악몽"에서
벗어나 실적이나 성장성이 뒷받침되는 우량종목을 중심으로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 건전화대책은 악재가 아닌 호재 =증권사 코스닥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정부대책을 악재라기 보다는 호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새로 돌출된 것이 거의 없고 이미 거론된 코스닥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여서 차라리 "부양책"에 가깝다는 것.

이같은 인식은 곧바로 시장에 반영됐다.

지난 주말의 폭락여파로 약세로 시작된 코스닥시장은 이날 장중 한때
출렁거렸으나 곧바로 강세로 돌아서는 등 활기를 되찾았다.

증시 관계자들은 먼저 정부대책이 악화된 수급구조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노근창 연구원은 "창투사의 무차별적 차익실현이 줄어 장기적
으로 시장이 물량압박에서 벗어나고 그에따라 일반투자자들의 심리도 제고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정부의 속뜻이 코스닥 "죽이기"가 아니라 "살리기"에 있는 만큼
시장주도주나 핵심기술주들은 반등의 기회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대책은 또 기관투자자의 시장참여와 간접투자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대우증권의 이영목 과장은 "심리강화로 주가조작의 여지가 좁아져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폭을 넓혀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장은 "주식분산 의무비율을 현행 20%에서 30%(대기업 10%)로 확대한
것은 거래활성화를 통해 주가조작시비를 줄이고 기관의 참여를 늘릴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 반등후 주가차별화 시도 =김관수 신흥증권 코스닥팀장은 "그동안 말로만
나돌던 정부대책이 나옴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거의 사려져 큰 악재만
돌출되지 않는한 반등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날 코스닥시장이 심리적 지지선인 235선에서 반등했고 로커스
핸디소프트 등 일부 주도주가 되살아나 전고점(273.32) 돌파시도가 시작됐다"
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또 "정부가 주식분산요건 미달 58개 기업에 대해 퇴출키로 함에
따라 향후 코스닥시장의 주가는 무차별 상승에서 벗어나 철저히 실적과
성장성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퇴출기업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투자자들도 이제는 작전이나 유.무상증자 등
개별재료에 쉽게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영증권의 노근창 연구원은 이밖에 "부실기업이 가려지면 코스닥시장의
이미지도 개선될 것으로 보여 기업의 내재가치가 주가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그러나 "전산시스템의 조기확충, 공시기능의 대폭 강화 등을
조속히 실행해야 투매와 투기를 막을 수 있다"며 "투기의 온상이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이런 시장안정 기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김태철 기자 synerg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