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한반도에 다양한 에너지원들이 모습을 드러낸 시대였다.

나무와 숯을 제외한 대부분의 에너지들은 20세기 초부터 생활속으로 파고
들었다.

에너지는 명멸을 거듭한 다른 상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등장이후 줄곧 존재의 가치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사회적 변화에 따른 부침은 있었다.


<> 석유 =1880년에 들어와 쓰이기 시작했다.

1935년 일제의 조선석유회사는 하루 생산 6천배럴의 원산 정유공장을
가동하며 이땅에서 첫 석유제품을 생산했다.

지난 76년엔 대륙붕에서 석유가 나왔다는 정부 발표로 산유국의 꿈에 젖기도
했다.

탐사결과는 실패.

그러나 대륙붕 개발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고 마침내 98년 울산 남동쪽
60km 지점에서 경제성있는 천연가스층을 발견했다.


<> 석탄 =1903년 평양탄전에서 처음 개발됐다.

프랑스인과 미국인이 개발했고 생산된 석탄은 중국 산둥으로 수출돼
도기제조에 쓰였다고 한다.

시대흐름에 뒤지면 에너지주권도 없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유연탄은 70년대에 선을 보였다.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원 다원화정책에 따라 도입됐다.

포철이 73년 제철용으로 들여온 호주산이 본격 수입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에너지의 대명사격이던 석탄은 옛 명성을 잃고 있다.

지난 88년 2천56만TOE(에너지환산톤)로 정점을 넘어선뒤 98년에는
1천8백15만TOE로 줄었다.


<> 전기 ="도깨비불"로 불린 전깃불은 1887년 3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거처하던 경복궁 후원의 건청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1900년 4월엔 종로에 민간 최초의 전등인 가로등이 3개 점등됐다.

1905년에는 미국인이 운영하는 동양금강회사가 청천강 지류 구룡강에
운산수력을 세워 발전했다.

최초의 수력 전기였다.

1978년 준공된 고리원자력발전소는 "제3의 불"인 원자력의 시대를 열었다.


<> 가스 =도시가스로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는 86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들어왔다.

물량은 11만7천t.

87년부터 수도권 지역에 도시가스 연료로 공급되며 사용량은 수직상승했다.

2000년 수요는 1천3백70만2천t에 이를 전망이다.

LNG는 "잘못된 에너지 관리는 엄청난 재앙"이라는 교훈도 줬다.

94년 12월의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가 좋은 예다.

석유매장층에서 나오는 LPG는 천연가스보다 도입이 일렀다.

82년 정우에너지(LG칼텍스가스의 전신)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배로 실어온
31만t이 처음이다.

가정 취사용으로 많이 보급돼 주택가 가스대리점의 취급 품목은 바로 LPG다.


<> 지역난방 =2차 석유파동이후 에너지원 다원화 정책에 따라 도입됐다.

화력발전소나 쓰레기 소각장에서 생기는 폐열을 난방에 활용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서울 당인리 화력발전소의 폐열을 여의도 동부이촌동 반포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벌인 "남서울사업"이 효시다.

87년 11월 여의도지역에 공급이 시작된 이래 수도권이나 지방 신도시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었다.


<> 대체에너지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재생가능한 에너지들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됐다.

태양열로 난방 급탕 발전하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태양전지 광화학전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지열 풍력 조력 해수온도차를 이용하는 방안이나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인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기법까지 모색되고 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