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할인점 업계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토종 돌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외국계 할인점에 맞선 토종 할인점의 대표주자 E마트가 거둔 올 성적표는
할인점 업계의 간판스타임을 재확인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다.

E마트는 올 초 14개였던 점포수를 부천 원주 구로 신월 대구 산본점 등
6개점을 추가 출점해 20개로 늘렸다.

또 매출도 지난해 1조1천3백54억원에서 33% 증가한 1조5천억여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E마트는 그러나 올해 단순히 양적 팽창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하는 21세기형 점포 운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20번째 점포로 문을 연 산본점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우선 점포 외관을 기존 창고형에서 백화점 수준에 버금가도록 고급스럽게
꾸몄다.

상품 진열대도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낮췄으며 매장 조명도 기존 1천룩스
에서 1천3백~1천5백룩스까지 높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일부 품목에 대해 섹션별 계산대를 설치, 고객이
계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상 1~3층은 매장으로, 4~8층은 주차장으로 배치해 고객이 이용하는 전
공간을 지상에 뒀다.

이와 함께 국내 할인점으로는 최초로 시청 민원실 출장소를 설치, 고객들이
민원업무까지 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패밀리 레스토랑, 어린이 휴게방,
자전거 보관실 등 편의시설을 대폭 보강했다.

황경규 E마트대표는 "매장수준이 초기 창고형에서 과도기 절충형을 거쳐
이제 정착기의 완성형태로 접어들고있다"며 "6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장 한국적인 할인점으로서의 "뉴 E마트"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마트는 이같은 새로운 점포 운영 방법과 함께 최저가격을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가격전략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고품질 상품을 싸게 팔기 위해 개발된 자체상표(PB)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E플러스 그린피아 투모로우 키즈랜 등 4개 브랜드의 3백개 제품을 매년
1백개씩 늘려 나갈 방침이다.

이럴 경우 PB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3%에서 2003년
까지 45%로 높아지게 된다.

총영수증 금액의 0.5%를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지역단체 마일리지제,
동일상권의 소매점보다 가격이 비쌀 경우 2배로 보상해 주는 최저가격 2배
보상제, 계산착오시 5천원 보상제, 신선식품 리콜제 등은 선두주자의 자신감
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 제도들이다.

E마트는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유통업계의 생산성
지표인 상품회전율 등 모든 측면에서 외국계 할인점 업체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특히 할인점의 장사수완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상품회전율의 경우 98년
기준으로 연 30.26회에 달해 매장에 물건을 갖다 놓은 지 12일 만에 다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월마트는 14.02회로 26일,까르푸는 12.62회로 30일씩이나 걸리고
있다.

또 영업효율을 보여주는 매장 면적당 매출에서도 외국계 할인점의 2배 이상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E마트가 한국 시장에서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한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할인점 업계 선두위치를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에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E마트는 내년에도 상봉동 성수동 가양동 등 서울 3개점을 포함, 전국적으로
14개 점포를 추가 출점하고 2003년까지 점포수를 62개로 늘릴 계획이어서
"토종 돌풍"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 윤성민 기자 smy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