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신 < 서울중앙병원 정형외과 의사 / 울산의대 정형외과 교수 >

해외를 드나들면서 느끼게 된 우리의 부끄러운 점 몇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컨벤션센터 하나 없다는 것이다.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외국에 가면 그 회의장 규모, 시설 및 편의성에
압도당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호텔 방 몇개를 터 놓고 컨벤션센터라고 부르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국제회의를 유치하게 되면 고급 관광객이 저절로 모여든다.

외화 획득은 물론이려니와 국가나 지역의 홍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설령 이런 회의장을 운영하는데 적자가 좀 난다 하더라도 시민들을 위해
존속시키는 도시가 많다.

우리나라는 국제경기를 유치, 수많은 돈을 들여 경기장을 세워 놓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꾸려 나갈지를 몰라 애물단지로 변해버릴 지언정
컨벤션센터는 지을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것도 개발연대 문화의 영향이려니 한다.

하지만 이제 문민정부가 들어선지 10년이 가까운 지금 이 시점에서
ASEM을 위한 건물이 얼마나 이를 충족시킬지 몰라도 관계 당국의 심사숙고가
있었으면 한다.

다음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시설뿐만 아니라 마음 자세부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대중 교통 수단들은 시간이 그토록 아까운지 안태워 주기 일쑤다.

또 횡단보도에서도 비켜서 빨리 가려고 하지 멈추는 법이 없다.

엘리베이터도 없이 층계만 있는 건물이 대부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좁아서 휠체어를 돌릴 수 없고 버튼은 높은 데에 있어
앉아서 누를 수도 없다.

화장실도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고사하고 꼭 턱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문은 왜 그리 좁은지...

물론 비용이 많이 들어 그러려니 한다.

개인 건물은 그렇다치더라도 공공 건물이나 심지어 지하철역도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얼마 되지 않는다.

요즘의 장애인은 선천적 이유보다 후천적인 요인 즉 교통사고 등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는 우리 모두가 앞으로 장애인이 될 요인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