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를 틈타 한동안 주춤했던 고가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하반기 이후 코스닥 폭등등 증시활황으로 목돈을 거머쥔 "벼락부자"가
늘어나면서 사회전반에 흥청거리는 풍조가 확산돼 과소비를 경계하는 목소리
가 높아지고 있다.

한채에 10억원이 넘는 고급빌라가 잇따라 분양되고 있는 것을 비롯 외제
의류 대형자동차 등 고가품 수요는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특급호텔 연회장은 연말까지 에약이 끝난지 오래이고 위스키 보석시계 등의
수입명품과 골프용품 등 사치성 상품의 소비 역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해외 여행자수는 IMF 관리체제 이전 수준까지 근접했고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3.4분기에 지난해 동기대비 69.4%나 늘어나는 등 해외에서의 돈
씀씀이도 급속도로 헤퍼지고 있다.

지난 11월말 까지 해외여행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증가한
1천5백33만여명으로 사상 최고치인 97년의 1천5백55여만명에 바짝 다가섰다.

고급 백화점 매출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

수입명품이 가득하기로 유명한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지난
10월말 까지 1천1백64억원의 매출로 이미 98년 한해 판매실적(9백25억원)을
뛰어 넘었다.

백화점측은 올 매출이 작년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두 한켤레에 67만5천원, 슬리퍼가 40만원~60만원 하는 "루이뷔통 슈즈"는
갤러리아 매장에서만도 한달에 3백켤레 이상씩 팔리고 있다.

보석이 박힌 3백만원 짜리 "카르티에" 시계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최근
하루에만 1억원어치 이상이 팔려 나갔다.

지난 12일 끝난 서울 지역 주요 백화점의 연말 세일에서롯데백화점 본점
"울시" 골프의류 매장은 작년 세일 때보다 1백20% 늘어난 1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류에서도 고가품의 선호 추세는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

소주나 맥주는 지난해에 비해 증가율이 한자리 수에 머문 반면 한병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발렌타인이나 로얄 살루트등 고급 위스키는 11월말 까지
작년보다 1백%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와인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두산의 경우 이달 들어 16일
현재 9만7천상자(0.7lx6)를 팔아 작년 동기대비 77.0%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연말을 앞두고 송년 모임이 늘면서 신라 힐튼등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은
연회석이 모두 동났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송년모임과 결혼식등으로 연말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실시된 서울지역 아파트 11차 동시분양에서는 로열팰리스 등
10억원을 넘는 대형의 분양 경쟁률이 1백대 1을 넘어 고소득층의 왕성한
소비행태를 반영했다.

이같은 고가품 소비풍조의 급속한 확산에 대해 시민들은 외제선호등
거품소비가 재연되는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계층간 소득격차가 커지고 중산층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소외계층의
불만이 더욱 고조될 우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영경 서울YMCA 소비자정책팀장은 "외환위기 주범으로 까지 지목됐던
외제등 고가품 선호풍조는 국민적 위화감 조성은 물론 또 다른 외환위기를
낳을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