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성주동에 있는 세아ESAB(구 한국알로이 로드) 관리동 2층은
대표이사를 비롯 임원들이 근무하는 장소다.

그런데 복도에 걸린 액자부터 일반 회사와는 다르다.

화가의 작품이 아니다.

지난 6월 실시된 사원 자녀 초청 사생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10개
작품이다.

모두 수채화나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다.

액자 전면에는 유치원생 또는 초등학생 자녀의 웃는 사진이 끼워져 있다.

회사가 근로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 품에 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세아(SeAH) 그룹내 다른 계열사에는 모두 노동조합이 있는데 반해 세아ESAB
에는 없다.

이 회사는 지난 85년 12월 부산파이프와 미국 알로이 로드(Alloy Rods)사와
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저렴하고도 우수한 특수용접 재료를 생산,관련 업계의 원가를 절감하고
외화도 쓰지 않도록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창사 초기부터 사원을 직급과 직무에 따라 차별하지 않았다.

따스한 정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 모두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임무를 맡은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는데 노력했다.

물론 노사분규는 단 한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90년대 초반부터 매년 시무식 때 그해의 각종 경영목표와 함께 성과급 지급
방안을 발표하는 등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왔다.

이와함께 <>유치원에서 대학생 자녀까지 등록금 전액 지원 <>석.박사 과정
등록금 지급 <>사내 포상제도 실시 <>사원 자녀를 위한 여름캠프 및 사생대회
<>부모님 회사 초청 행사 등을 통해 노사간 신뢰를 다지고 있다.

"한길 한가족"이란 기업정신을 갖고 있는 세아ESAB은 97년 10월부터 "TP
(Turning Point)-999" 경영혁신활동을 시작했다.

99년 9월을 전환점으로 더욱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변모시켜 뉴 밀레니엄을
맞자는 취지에서였다.

이종영 대표이사는 추진 결의대회 석상에서 출퇴근 카드를 날인하는 제도를
폐지한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한술 더떠 종업원이 스스로 작성해 제출한 연장근무실적도 그대로 인정,
급여를 계산해주었다.

그만큼 사원을 믿는다는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지난해에는 "생존 원가" 달성을 목표로 한 원가절감 운동까지 펼쳤다.

사원별로 최고 1백30%의 성과급이 추가지급될 정도로 경영실적이 좋았다.

이 결과 지난 8월 모기업인 ESAB그룹으로부터 미국 아르헨티나 영국
네덜란드 체코 스웨덴 등에 있는 계열 용접재료회사중 제조원가 및 품질면
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ESAB그룹에서 우리 회사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용접전문회사가 되기 위해
내년에 40억원을 투자해 생산품목을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윤 근로자대표는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채 같이 가야만 회사도
발전할수 있다"며 "팀별로 화단 관리경쟁을 벌일 정도로 공장을 내몸같이
아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