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강희복 전 사장의 구속 사유를 놓고 법조계와 경영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검과 영장전담판사가 "무리한 직장폐쇄는 결과적으로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조치"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장 경영계는 회사의 고유한 경영권을 부인한 판단이라며 강력하게 반발
하고 나섰다.

근로자의 파업권에 대응하는 사용자 측의 수단을 일방적으로 무력화시킨
결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도 납득하지 못하고 잇다.

일부 변호사들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영장이 발부되긴 했지만 재판에 가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무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특검이 강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세가지다.

형법상의 업무방해죄(314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81조3항),
근로자의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위반(23조) 등이다.

이중 최대 쟁점은 직장폐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강원일 특검팀은 강 전 사장의 직장폐쇄가 방어적 수단이 아니라 공격적인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보고 있다.

근거가 없는 인건비 50% 삭감안 등 무리한 구조조정을 달성하기 위해
부당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는 주장이다.

이로인해 1천여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직장복귀를 못하게 됐고 이는 곧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결과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로인해 강 전사장은 최고경영자가 직장폐쇄를 동원해 회사의 업무를
방해해 구속된 첫 사례가 됐다.

특검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자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에 협력을 요청한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지법 영장전담 판사인 김동국 판사도 특검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판사는 "공격적 직장폐쇄는 법적인 형평성 차원에서도 업무방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업 등 근로자들의 "준법투쟁"도 너무 집단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업무방해로 보는 만큼 역으로 사용자의 공격적인 직장폐쇄도 업무방해가
된다는 "쌍벌론"이다.

김 판사는 "노조가 지난해 9월1~3일 시한부 파업을 한후 직장복귀의사를
밝혔음에도 23일까지 20일간 직장을 폐쇄한 것은 노조를 자극하는 지나친
대응으로 불수밖에 없다"며 직장폐쇄의 불법성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특검의 주장대로라면 파업이 벌어진
사업장의 경영주에게는 모두 파업을 유도한 혐의로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것"
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은 당시 강 전사장을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업무방해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무혐의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직장폐쇄는 성격상 노조의 파업에 맞서는 경영자의 고유한 경영행위인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강씨측 변호사도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강씨측은 "직장폐쇄는 근로자들의 쟁위행위가 벌어진 이후에 대응책으로
단행된 정당한 경영권 행사"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경영계도 같은 논리를 편다.

법조계에서도 무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회사의 업무방해를 목적으로 직장폐쇄를 할 경영자가 과연 있겠느냐는
얘기다.

경영주의 "범의"를 입증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시각이다.

또 특검이 근로자의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경영자의 최고 덕목이 노사화합이었던 당시 강 전사장이 사원인 노조를
일부러 배척하는 경영을 시도했겠느냐는 점이다.

김 판사도 이같은 논란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법률적으로 불완전하고 이론의 여지가 있는 이유를 들어 구속까지
하는게 과연 맞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실토해 재판결과가 주목
된다.

< 고기완 기자 dada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