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근사한 거 없을까"

"어디가 좋을까"

유니텔의 식도락동호회에선 두사람 이상이 모이면 흔히 나오는 얘기들이다.

여기서 "근사한 것"이란 "먹을 것"을 뜻한다는 것은 우리 사이에선 이미
통하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비싸거나 또는 유명한 음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도 분위기가 있다.

정말 화가 날 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가 하면 기뻐서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첫눈이 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고 한 밤중에 눈이 번쩍 떠질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비가 오고 우울하면 슬픈 음악을 듣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한번쯤은 식도락에서 우울함을 풀어 줄 음식을 맛 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까지도 "식도락"이란 말을 어색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을 "먹기 위한" 것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도 문화다.

이제 음식은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식도락동호회는 "맛난 것을 좋아하는 사람" 몇명이 의기투합해 생겨났다.

맛난 집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 원하고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서
라면 두세 시간씩 찾아가서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3년을 맞으면서 우리 유니텔 "식동"회원은 1만명을 넘어섰다.

처음 동호회가 만들어 질때 "사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식도락이 가진 진정한 뜻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으로 동참했다

우리 회원 누구에게든 식도락에 대해 물어보면 미식가들의 모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기왕이면 맛있는 거 먹자는데 왜"

우리 동호회내에는 소모임이 많다.

다른 동호회에 비해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는 것도 소모임이 많기 때문이다.

또 번개 모임이 우리 모임의 주류를 이룬다.

어떤 때는 1주일을 모두 번개 모임에 할애하기도 한다.

"비가 온다. 빈대떡이 생각나는데. 어느 집이 맛있더라"

"오늘 시험에 패스했다. 기분 좋은데 뭐 먹을까"

"기분이 안좋아. 근사한 정식을 먹고 싶어"

이렇게 해서 우린 모인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작은 모임도 다양하다.

맛을 찾아 여행을 다니는 "맛찾사(맛을 찾는 사람들)", 자연 속의 맛을
즐기는 "자벗삼(자연을 벗삼아)", 와인의 맛을 찾는 국내 유일의 와인 모임
"비나모르" 등 식도락인들 중에서도 그 입맛에 따라 이런 저런 모임들이
생겨났다.

"맛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함께 즐기는 멋진 친구를 가진
것도 축복이 아닐까.

식도락을 "부르주아의 일"이라고 일컫던 것은 예전의 일이다.

우리 식도락 동호회는 20세만 넘으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맛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

그 이상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 유니텔 식도락동호회 대표시삽 이진아 - ID:china539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