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인 지난 97년 11월 한국은 아시아 외환위기의 마지막 희생자가 됐다.

그리고 그 해 12월3일 서울은 국제통화기금(IMF)과 맺은 구제금융협정을
발표했다.

그동안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들에 대한 IMF의 강경한 처방이 적절한지,
아니면 세계은행의 부드러운 처방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사실 IMF의 처방이 너무 가혹하다거나 또는 그 반대라는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IMF의 처방이 위기국을 오히려 더 침몰시키고 더 많은 기업들을 파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강했다.

이와함께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스러운 사회적 혼란에 대해 IMF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이같은 IMF책임론은 아시아에서 널리 유포됐다.

이 책임론을 근거로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은 아시아통화기금(AMF.아시아의
IMF)설립을 주창하게 됐다.

IMF비판론의 선두주자는 조세프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수석부총재였다.

그는 전통 경제학에 반기를 들고 IMF의 처방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대해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는 전통 경제학의 사도로서 IMF의 처방을
극구 옹호했다.

그는 스티글리츠 못지않게 경제학계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

논쟁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도 계속됐다.

이 포럼에서 스티글리츠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의 지원과
아시아기업 대표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자신의 승리를 굳혔다.

이중 누가 과연 옳은가.

지금의 아시아경제상황을 보면 답은 저절로 나온다.

아시아경제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위기를 겪은 나라들 전부가 이미 위기 전의 국내총생산(GDP)수준에
도달했거나 도달중이다.

무너졌던 금융시장은 제자리를 찾았으며 앞다퉈 빠져나갔던 외국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경제의 회복속도는 가장 빠르다.

두자릿수의 경제성장률과 낮은 금리는 한국경제 회생의 대표적인 증거다.

지난 2년간 아시아에는 위기가 있었고 지금도 위기의 파편이 남아있다.

그러나 경제회복세는 놀라울 정도다.

당초 멕시코가 경험했던 V자형의 회복세가 아시아에서도 이뤄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아시아경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브라질 경제도 마찬가지다.

이는 모두 IMF처방이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멕시코 브라질은 IMF의 경기처방을 수용, 처방대로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고금리정책을 썼다.

그후 통화가치가 어느정도 안정되자 금리를 내렸다.

아시아 각국은 정부 예산에도 주의를 기울여 보수적 재정정책을 폈다.

그러자 외국자금이 다시 들어왔고 통화가치는 더욱 안정됐다.

IMF의 지원과 외국자본의 재유입으로 외환보유액은 늘어나고 아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와 확신은 전보다 오히려 강해졌다.

이는 모두 IMF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아시아국가들이 한결같이 IMF의 처방대로 정책을 수행,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예외가 있다면 인도네시아 정도다.

하지만 IMF의 처방을 비난할 때마다 자국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것을 경험한
인도네시아도 결국 IMF프로그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 나라의 통화도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아시아에서 위기가 시작됐을 때 IMF는 아시아도 지난 94년말의 멕시코
외환위기 때와 같은 경기사이클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당시 IMF는 아시아위기가 멕시코 외환위기의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위기상황은 유례가 없는 사태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브라질 위기를 겪고 난후에야 모든 경제위기가 동일한 사이클을
탄다는 것을 깨달았다.

통화가치의 폭락세를 막아내면 급속한 반등이 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멕시코 위기 때 적용한 IMF의 처방은 아시아와 브라질에도 먹혀 들면서
성공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2년동안의 교훈은 무엇인가.

IMF가 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해 왔으며 위기에 처한 나라들도 이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위기국들중 누구도 세계은행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경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침몰하면서 금융위기가 벌어지고 자국 통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적자재정과 통화공급
확대가 올바른 대응책이라는 환상에 빠지지 않았다.

대신 IMF의 강력한 경제처방에 손을 내밀고 구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지금 셋(아시아와 멕시코 브라질)은 모두 IMF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 정리=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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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홍콩의 아시아경제 전문지인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에
실린 루디거 돈부시 미국 MIT 경제학교수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