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자 소득파악위원회의 민간위원 7명이 국회와 정부의 의지부족에 대한
항의표시로 사퇴서를 제출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연금 확대실시에 이어 의료보험조합 통합을 앞두고 자영자소득이 제대로
파악 안되면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수 있다는 인식아래 정부가
앞장서 위원회 출범을 서둘렀던 일을 생각하면 더욱 실망스럽다.

지난 5월 출범 당시 자영자 소득파악위원회는 올해안에 자영자 소득파악방안
을 마련하고 내년중에 세정개혁과 연계된 2단계 소득파악 방안을 마련한다는
의욕적인 운영계획을 세워 많은 기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는 정치권의 세정개혁에 관한 의지부족
이외에 정부당국의 무리한 일정과 안일한 대응 탓도 크다고 본다.

발단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간이과세 적용기준과
폐지시한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위원회가 내년 7월까지 과세특례제도와 간이과세제도를 모두 폐지하자고
건의했는데도 과세특례제도만 폐지하기로 결정됐고, 간이과세 기준금액도
원래는 연간 매출액 4천8백만원 이하였는데 국회심의 과정에서 "4천8백만원에
30%를 추가한(6천2백40만원) 범위내에서 시행령으로 정한다"고 변질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납세기준을 시행령에 맡기는 것은 조세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더구나 그것이 부가세제 개혁의 성패를 좌우하고 이에따라 수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 시기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개혁입법을
후퇴시킨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꼬인 것은 정부당국의 무리한 업무추진과 안일한 대응
탓도 크다.

사실 뚜렷한 대책도 없이 갑자기 국민연금을 확대하고 의료보험조합을
통합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잘못이다.

현재 부가세 과세대상자의 60%이상이 특례과세자인데도 올해안에 자영자
소득파악방안을 마련한다는 운영일정도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게다가 오는 2001년까지 간이과세제 폐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가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몰랐다며 건의과정에서 폐지시한을 빼버린
것이나,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위원회를 조기해체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을
보면 위원회가 얼마나 구색맞추기 식으로 운영됐는지를 알 수 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당국은 지금이라도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