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있습니까"

블록완구로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은 레고.

이 업체가 성공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기차든 공룡이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인 제품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

하지만 창업 초기 자리를 잡기까지는 독특한 세일즈기법이 힘이 됐다.

그게 바로 "레고 있습니까"다.

세일즈맨들은 장난감 가게를 찾아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레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를 취급하지 않고는 도무지 견딜 수 없게 만든 것.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성공기업은 나름대로 세일즈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과학적인 세일즈기법만이 먹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무식한" 방법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한복과 고무신 차림에 콧수염을 기른 젊은이가 사무실 이전으로 분주한
업체에 불쑥 나타난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책상과 의자를 날라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마친 뒤 내민 명함에는 "플라스틱 파이프가 필요할 때는 지주의
이국로를 찾으십시오"라고 씌어 있다.

지주가 국내 굴지의 플라스틱 파이프 업체로 성장한 데는 이 회장의 독특한
세일즈 기법이 배어 있다.

우성지도의 박세준 사장이 지도업체를 차리기 전 맨몸으로 상경해 시작한
일은 사훈을 써주는 일.

문방사우를 가방속에 넣고 사무실을 찾아 다녔다.

물론 초대받은 손님은 아니다.

불쑥 들어가서 한지를 꺼내놓고 붓으로 기업의 사훈이나 번영을 기원하는
기원문을 써줬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라는 호통을 맞으며 떠밀려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업체는 내용이 좋다며 1천원이나 2천원을 주기도 했다.

푼돈이지만 이렇게 모은 돈이 창업 밑천이 된 것은 물론이다.

부엌가구업체 이펙스는 영업사원들이 베레모를 쓰고 다녔다.

그린베레의 강인한 정신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

인사는 물론 거수경례.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이런 방식으로 경영한 게 위기 탈출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세일즈기법은 우량기업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더욱 효과적인 것은 스스로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세일즈 기법을 창안하는 것인 듯하다.

< 김낙훈 기자 n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