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만 피하면 일년동안 마시는 술의 3분의 1은 줄일수 있겠다고 푸념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술이 무조건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음주는 심장병 예방이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사망률을 가장 낮춰 주는 음주량은 하루 소주 1잔, 맥주 2분의 1캔, 위스키
또는 포도주 2분의 1잔으로 알려졌다.

매일 이 정도만 마신다면 안마시는 사람에 비해 건강에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시는 양과 빈도는 물론 폭음하는 습관으로 유명한 한국인의 음주
문화를 생각한다면 술독을 푸는 비법을 알아두는 편이 도움이 된다.

망년회 시즌에 대비한 음주요령과 술에 관한 의학상식을 알아본다.

<> 인체는 알코올에 얼마나 견뎌낼까 =정말 이러다가 술로 죽는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주당이 더러 있다.

한국 못지않게 술을 많이 마시는 독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날마다 80g
(소주 한병, 맥주 2l) 이하의 알코올을 마신다면 간경변에 걸릴 위험은 별로
높지 않다고 한다.

그대신 이보다 많이 마신다면 그에 비례해서 간경변에 걸릴 위험이 높다.

간의 알코올 해독능력은 매우 탄력적이고 관용적이다.

1백60g의 알코올을 수년간 매일 마셔도 10년동안만 절주하면 발병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주당에게는 다소 안심이 되는 이야기다.

이런데 현혹되다간 하루 80g의 제한수위를 넘어서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하루 음주량이 30~50g선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같은 음주량이라면 잦은 음주가 몸에 더 해롭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나 식사에 곁들이는 반주를 즐기기 위해 상습적
으로 술을 마시는 것이 폭음보다 해로울수 있다.

<> 주종에 따라 취기도 다르다 =15~30%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술이 가장
빨리 흡수된다.

따라서 맥주(4%)나 양주(40%)보다 소주(15~25%)나 청주(15~18%)에 더 빨리
취한다.

또 샴페인처럼 탄산가스를 발생시키는 술은 그렇지 않은 술보다 더 빨리
취하게 만든다.

탄산가스가 위벽을 자극해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술에 콜라나 사이더를 타 먹으면 더 잘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막걸리는 청주보다 도수가 약간 낮다.

하지만 불순한 알코올이 많이 들어있어 이것이 위벽에 달라붙어 취기를
오래가게 한다.

빨리 취하는 술이라고 해서 간에 더 무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

술의 독성은 주종에 상관없이 섭취한 절대알코올량에 비례한다.

도수가 낮은 술이라도 많이 마시면 높은 술을 먹는 것 못지 않게 간에 해를
끼친다.

붉은 포도주가 심장병예방에 좋다는게 상식화돼 있지만 맥주 소주 양주도
다같이 몸에 이로운 HDL-콜레스테롤을 높여준다.

심장병을 예방하는 차원이라면 굳이 고가의 포도주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 현명한 음주요령과 숙취해소 =대화하면서 천천히 마시는 것이 상책이다.

천천히 마시면 간이 알코올을 처리할수 있는 여유를 준다.

뇌세포로 도달하는 알코올량도 줄어들게 된다.

공복에 음주하면 식사후에 비해 알코올 혈중농도가 2배가량 높아지므로
삼간다.

안주를 지나치게 믿어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안주는 위장을 보호하고 알코올의 급속한 흡수를 막아준다.

그렇다고해서 간기능을 향상시켜 주지는 못한다.

기름진 안주는 지방간을 초래한다.

이 보다는 알코올 해독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이 풍부한
안주를 택하는게 좋다.

두부 등심 과일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지속적인 음주를 삼간다.

장기간의 음주는 소화기염증및 궤양, 만성설사, 영양실조 등을 초래한다.

폭탄주를 자제한다.

짧은시간에 다량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만든게 가장 큰 문제다.

게다가 주종이 다른 술에 섞여 있는 불순물이 서로 반응해 중추신경계를
교란하게 되므로 숙취를 심하게 만든다.

음주중 흡연을 하는 것은 더욱 해롭다.

간에 더 많은 산소가 공급돼야 알코올을 잘 해독할 수있는데 담배 필때
나오는 일산화탄소는 이를 방해한다.

술을 마신 다음날 커피 우유 탄산음료 등 위산분비를 촉진하고 속을 쓰리게
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콩나물국 조개국 북어국 추어탕 귤 딸기 오이 수박 유자 인삼 칡차 솔잎차
등이 권할만한 음식이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